오늘은 세 식구가 함께 미용실에 다녀왔다. 지난주에 가려 했지만 내가 늘 가는 시간대인 일요일 10시 30분은 이미 예약이 끝나 있었다. 습관이 되어서인지 이 시간이 아니면 괜히 가지 않게 된다. 나도 참 피곤한 성격이다.
지난주에 잘랐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머리가 많이 자란 상태였다. 셋이 동시에 머리를 하러 온 건 거의 처음인 것 같다. 딸이 먼저 시작하고, 그다음은 아내, 마지막이 내 차례였다.
원장님과는 안 지 10년쯤 됐고, 이곳을 이용한 건 5~6년 정도 된 것 같다. 예전에 다니던 미용실에서 그만두셔서 아쉬웠는데, 정말 우연히 집 앞에 가게를 차리셨다. 이 정도면 인연인가 싶다.
앞선 두 사람의 머리가 끝나길 기다리는 동안 아내와 원장님의 대화가 자연스럽게 들려왔다. 머리 좀 자르라고 해도 귀찮다고 버티더니, 지난주엔 자기 시간 아니라고 안 왔다며 아내가 타박을 했다. 원장님도 이쯤 오실 때 됐는데 안 오셔서 기다렸다고 거들었다. 어차피 매일 모자 쓰고 다니니까 아예 삭발해 버리겠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저 사람 말 시키는 거 싫어해요.” 아내가 웃으며 그렇게 말했다.
사실 아예 싫어한다기보다 대답이 워낙 “예”, “아니요”로 짧다 보니 대화가 끊겨 상대방이 민망할까 봐 미리 해주는 말이다. 무뚝뚝하고 조용한 성격인데 어떻게 장사를 하냐는 말에 두 사람이 웃었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머쓱한 표정으로 그냥 앉아 있었다.
마지막으로 내 차례가 되어 자리에 앉았다. “오늘도 늘 자르던 대로 해드려요?”라는 말에 “네, 늘 자르던 대로요.”라고 짧게 답했다. 10년째 반복되는 익숙한 대화다.
다들 나를 말없고 조용한 성격으로 알고 있지만, 아내와 지인들은 내가 평소에 장난을 많이 치는 걸 안다. 그래서 내가 댓글에 “따뜻한 말씀 감사합니다”라고 세상 정중하게 답글을 쓰는 모습을 보면 그게 제일 웃기다며 나를 놀리곤 한다.
거울 속의 나는 여전히 조용히 앉아 있었고, 옆에서 딸아이는 머리가 마음에 드는지 연신 거울을 들여다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