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엄마랑 놀아라

속좁은 아빠

by 연우주

오랜만에 키즈카페를 왔다. 오자마자 연우는 흙놀이를 하겠다며 엄마 손을 잡고 들어갔는데, 막상 흙 앞에서 멈췄다. 다른 아이들이 노는 걸 한참 바라보기만 한다.


"연우야, 친구들처럼 들어가서 놀아야지."


데리고 들어가려 했지만 연우는 꼼짝도 안 했다. 발에 닿는 그 촉감이 싫은 모양이었다. 20분쯤 지나서야 엄마 손을 꼭 잡고 겨우 들어갔다. 들어가서도 손으로 흙을 만지지는 않았다. 삽으로 조심스럽게 건드리거나, 자동차를 만지는 게 전부였다.


처음엔 이해가 안 됐다. 집 앞 놀이터에서도 흙놀이를 하던 아이가 왜?


지금 생각해보면 낯선 환경이었고, 흙의 촉감이 아직 익숙하지 않았던 거다. 연우가 조금 예민한 아이라는 것도 안다. 머리로는 안다. 그런데 다른 아이들처럼 놀지 못하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속상한 걸 어떡할까.


속상하지만 인내해야 한다며 멀리서만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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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잘 놀아주는 아빠가 되고 싶은데, 그게 생각보다 훨씬 어렵다.


아빠인 나는 빨리 적응시켜서 놀게 해주고 싶었는데, 그 마음이 연우한테는 불편하게 다가왔던 것 같다.


"아빠랑 놀러갈까?"


정색을 하며 엄마 손을 잡고 다른 곳으로 간다.

속 좁은 나는 "그래, 엄마랑 놀아라" 하고 뒷모습만 바라봤다.


누굴 닮아서 저렇게 고집도 세고 예민하냐 싶다가도, 엄마랑 노는 모습을 보면 어느새 "으구 이뻐라" 하고 있다. 참 웃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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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 놀이를 다 하고 다른 곳에서 밧줄잡고 올라가서 2층에서 자동차 장난감을 갖고 놀았다.


이때다 싶어 한결이한텐 "가서 좀쉬어" 말했다.

그리고 연우를 뒤따라서 2층에서 자동차 장난감을 갖고 같이 노는데


"엄마는?"라고 말하는 손연우

"엄마는 잠깐 쉬러갔어~ 아빠랑 자동차 놀이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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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생각해도 나는 한결이보다 재미가 없다.

연우도 분명 알고 있다. ㅋㅋㅋ

어느 순간 자동차 장난감은 각자 갖고 놀고 있었다.


구급차를 들고 "삐뽀 삐뽀" 하는 것 말고는 어떻게 말을 건네야 할지 머릿속이 하얗다. 고작 생각해낸 게 주변 자동차를 가리키며 "우와 연우야, 이것도 있어" 하는 게 전부였다.


20분도 안 돼서 연우는 엄마를 찾으러 갔고, 나는 뒤따라갔다.


항상 뒤돌아서면 다짐한다. 연우랑 잘 놀아줘야지. 연우 말을 잘 들어야지. 싫은 건 하지 말아야지. 그런데 막상 상황이 닥치면 잘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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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지날수록 연우와 친해지고 싶은 욕심은 한가득인데, 현실은 멀어지고만 있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건 하나다.


"연우야, 맛있는 거 줄게. 아빠한테 뽀뽀~"

모자는 엄마의 스타일이다(이렇게 귀여운 모자는 도대체 어디서 사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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