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 미술관

Art Institute of Chicago

by 나디아

Art Institute of Chicago, 시카고 미술관에 다녀왔다. 미국의 3대 미술관 중 하나이다.

시카고 미술관 2층 벽면을 채우고 있는 창문이다. 화려한 색감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색이 다른 유리판을 조합한 거라고 한다. 스테인드 글라스 느낌이 난다.

구스타브 칼리보트, <파리의 거리, 비 오는 날>

독특한 구도가 이 그림의 특징이라고 해서 주의 깊게 들여다보았는데, 설명처럼 그렇게 엉뚱하지만은 않았다. 거리를 걷고 있는 두 사람의 시선이 앞쪽이 아닌 다른 곳을 향하고 있다는 점과 등을 지고 있는 사람의 크기가 실제와 사뭇 달라 보인다는 점이 색다르게 느껴졌다.

르누아르, <Seascape>

시카고 미술관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회화였다. Sea(바다)와 Scape(경치)의 조합이 신선했다. 흔히 파랗다고 표현되는 바다도 다채로운 색을 지니고 있다는 시각이 마음에 들었고, 그걸 포착해 내서 세상에 드러내는 예술가의 재능이 가히 놀라웠다.

르누아르, <Two Sisters>

르누아르의 그림은 채도가 높은 편이다. 그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 옷이 살아서 움직이는듯한 느낌을 준다. 선명하고 인물의 솜털 하나하나에 생동감이 흐른다.

조르주 쇠라, <그랑드 자트섬의 일요일 오후>

시카고 미술관에 이 작품을 보러 온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미술관 중앙에 대형 크기로 들어서자마자 시선을 사로잡는 회화이다. 점묘화라고 해서 자세히 들여다봤는데 생각했던 것만큼 점 모양이 바로 눈에 띄지는 않았다. 내가 그동안 생각한 점묘화는 면봉으로 찍은 것처럼 형태가 바로 보일 줄 알았는데 그렇게 모양이 균일하지는 않았다.

모네, <Poppy Field>

사막 위에 서있는 굳건한 선인장 같은 느낌을 자아내는 모네의 그림이다. 모네 그림에서 나무는 처음 봤다. 인물 하나 없이 자연의 모습을 그대로 담은 모네의 그림은 편안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모네, <Water Lilies>

모네의 수련이다. 내 마음을 사로잡았던 건 모네의 그림보다도 이에 적힌 설명이었다.

"Know that I am absorbed by my work. These landscapes of water and reflections have become an obsession. It is beyond my power as an old man, and yet I want to manage to render what I feel. I have destroyed some... Some I've begun again... and I hope that out of so many efforts, something will emerge. ("난 내 작품에 정말 빠져들었다. 물과 반사된 이 모든 풍경들은 내가 빠진 것들이다. 나이 든 사람이 이 풍경을 완벽하게 묘사하는 건 내 힘 밖이다. 나는 내가 느낀 것들을 있는 그대로 세상에 드러내려고 노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리기 시작하면 일정 부분은 흐트러지기 마련이었다. 내 모든 힘을 다하여 무언가가 세상 밖으로 나오길 바란다.")


난 모네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사진이 아름다운 풍경을 다 담지 못할 때, 작가가 글을 쓸 때, 화가가 그림을 그릴 때 우리는 내가 본 무언가가 온전하지 않은 느낌을 받는다. 원래 표현하고자 했던 것과 표현된 실체 사이엔 간극이 반드시 존재한다.


모네 역시 두 눈으로 본 수련의 아름다움을 자신의 그림이 다 담아내지 못할 것을 우려했다. 그만큼 아름다워서 자신의 그림이 자연의 아름다움에 해를 가할까 두려웠던 것이다. 그의 이런 걱정이 무색할 만큼 그의 수련 시리즈는 많은 사람들로부터 칭송을 받았고, 후에 추상화가들에게 영감을 준다.


빈센트 반 고흐, <자화상>

뉴욕 메트로폴리탄에 있는 고흐의 자화상과는 또 다른 느낌을 준다. 뉴욕에 있는 자화상은 노란색과 파란색이 어우러져 조금 더 따뜻한 분위기라면, 시카고에 있는 자화상은 색채가 무겁고 어두워서 냉소적인 느낌이다.

떠오르는 해인지 저무는 해인지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태양의 강렬한 에너지가 느껴졌던 작품이다.

배경을 채우는 나무의 수직구도와 아래 건물의 수평 구도와 맞물려 태양의 완벽한 원형이 구조적 편안함을 준다.

보자마자 살바도르 달리의 <기억의 지속>이 생각난 작품이다. 그림의 분위기가 묘하게 닮았다. 예술은 모방에서 시작한다는 말이 맞는 거 같다. 실제로 여러 미술관을 다니면서 유명 작품을 따라 그리고 있는 사람들을 많이 봤다.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예술의 확장적 관계가 새로운 회화의 흐름을 선도하는 거 같다. 이렇게 보면 인간이 창조해 내는 모든 것들은 완전한 개인의 것이라고 말할 순 없을 거 같다.

유흥과 향락이 가득했던 미국 재즈시대를 생각나게 하는 작품이다. 여러 명이 둘씩 짝을 지어 춤을 추는 가운데 홀로 자리를 지키는 사람들에게 시선이 갔다. 양복을 입은 남자와 저 멀리 혼자서 칵테일을 마시는 여인, 둘은 어떤 사연을 가지고 있을까. 어떤 기분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을까. 화려한 도시와 상반되는 두 사람의 표정은 오늘날 우리와 다르지 않다.

에드워드 호퍼, <Nighthawks>

앞서 본 작품과 비슷하게 화려한 도시 속에서 쓸쓸해 보이는 두 사람이다. 특히 가까이서 본 빨간 드레스를 입은 여자의 표정이 어두웠다. 화려한 도시 이면의 공허함, 대도시를 갈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항상 한편이 아려오는 기분이다. 호퍼의 이 작품 스케치를 뉴욕 휘트니 미술관에서 볼 수 있었는데, 확실히 스케치보다 색칠되어 있는 게 도시의 느낌과 인물의 감정을 잘 나타내는 거 같다.

Grant Wood, <American Gothic>

다소 굳은 얼굴로 서 있는 두 사람이 인상적인 작품이다. 시카고 미술관에서 꼭 봐야 하는 작품 중 하나이다.

Jacob Lawrence, <The Wedding>

밝은 색감의 배경 꽃들은 두 사람의 앞날을 축복하고 미래의 번영을 상징한다고 한다. 두 사람이 입은 옷 색깔이 인상적이었다. 빨간색과 대조되는 검은색이 '결혼식'이라는 타이틀과 묘하게 잘 어울리는 거 같다. 두 사람이 앞으로 걸어갈 여정에는 빨간색으로 묘사되는 행복뿐만 아니라 검은색이 나타내는 고통, 수많은 시련이 함께하길 마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면성을 가진 삶의 여정 속에서도 두 사람이 영원히 함께하길 소망하는 사람들의 염원이 담겨있는 게 아닐까 생각해 본다.

Yasuo Kuniyoshi, <My Man>

1940년대 일본인처럼 보이는 동양 여자와 서양 남자 사이의 사랑을 어떻게 바라봤을지를 생각하면 이 작품이 드러내고자 하는 것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 어떤 시대에도 사랑은 가로막지 못한다는 것. 전쟁은 나라와 나라 사이를 갈라놓을지언정 사람과 사람은 갈라놓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남자를 안고 있는 여성의 팔에서 강인함이 느껴지는데, 2차원적인 그림으로 두 사람의 미래를 완벽히 예측할 수는 없지만, 감상자의 시선에서 둘의 사랑은 쉽게 끊어질 거 같지 않다.

열어보고자 하는 욕망에 열어봤는데 바다로 이어진 곧은 하얀 선을 보니 생각에 잠겼다. 이대로 걸으면 모두가 죽는다. 획일화된 길을 모두가 걸었을 때 얻는 결과가 아닐까 생각했다. 유전자 풀에서 모두가 똑같으면 한 바이러스로 인해 공멸하는 것처럼 인간도 맹목적으로 같은 길을 추종하면 이런 결과를 받을 거 같다. 이쯤 되면 애초에 정해진 길이라는 게 존재할까 의문이 든다.

시카고 비행기 창문에서 내려다본 하늘 같다고 생각했는데 설명을 보니 비행 중 구름 위에서 본 하늘을 그린 작품이란다. 가끔 내가 먼저 생각한 인상을 설명이 콕 집어낼 때 왠지 모를 희열을 느낀다. 통통 튀는 구름이 마시멜로 같다.


시카고 미술관 찬찬히 둘러보며 여러 색을 몸으로 느끼고 형용하지 않았던 감정을 끌어내보자. 몰랐던 뭔가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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