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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디아 Jan 01. 2024

ICN->JFK


 장정 14시간을 내가 있는 곳으로 날아온 너

 처음 널 뉴욕에서 만날 때 내 머릿속은 걱정으로 가득했어


 비행기에서 혼자 보내는 시간이 지루하진 않을까

 홀로 떠나온 첫 여행이 너무나도 먼 미국이라서 두렵지는 않을까


 어려운 결정을 하고 날아와 함께하는 여행이 대수롭지 않게 기억될까 봐

 뉴욕까지 날아온 너의 시간과 노력이 아깝지 않도록 의미 있는 추억을 만들어 주고 싶었어


 어미새가 된 것 마냥 맛있는 거 많이 먹이고

 좋은 거 많이 보게 하고

 날씨는 맑았으면 좋겠고

 웨이팅은 짧았으면 좋겠고


 뉴욕에서의 기억이 행복하기만을 바랐는데 그런 걱정이 무색할 만큼 너무 행복했어 덕분에 뉴욕의 인상이 완전히 뒤바뀌었어


 여행은 여행지보다 누구와 함께하느냐가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되었어. 밤이 너와 함께하면 뭐든 일이 잘 풀린다는 믿음이 생겼어


 너와 뉴욕에서 함께한 첫 여행이, 첫 만남이 막을 내리는 날 밤이 너를 배웅하고 나 역시 다른 곳으로 날아가는 비행기에 올랐어


 비행기 안에서 나는 정말 많이 울었어

 걱정으로 가득했던 너와의 여행이 정말 행복했었나 봐

 이곳에 있던 내가 널 채워줄 거라 생각했는데

 나를 채워준 건 오히려 너였어


 도착한 그곳의 하늘에는 그날따라 유독 별이 더 빛났고

 반짝이는 별 사이로 날아가는 비행기를 보며

 혹시 밤이가 타고 있지는 않을까


 웃는 얼굴 뒤 슬픔이 드리운 두 눈엔 눈물이 가득 찼어

 숙소에 비치된 샴푸에서 익숙한 너의 향이 나서 흐르는 물에 눈물을 흘려보냈어


 다가올 미래에 대한 설렘보다 두려움이 큰 내게

 항상 큰 위안을 안겨주는 너

 흔들리는 내 눈에 초점을 밝혀주는 너

 

 네 두 눈에 비친 나를 보며 걷기로

 반짝이는 밤이 두 눈에서 확신을 얻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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