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새해 첫날이다.
얼떨결에 혼자 뉴욕에서 1월 1일을 맞게 된 나는 한인타운으로 걸어갔다. 두리번두리번 눈을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 틈을 지나, 북작거리는 타임스퀘어를 지나 ‘코리아타운’ 표지판이 보이기 전까지 앞만 보고 걸었다.
새해 첫날이라 그런지 이른 시간에도 식당 안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먹고 싶은 음식들 중 새해 기분이 나는 ‘떡만둣국’을 시켰다.
가족단위로 모인 사람들 사이에 홀로 앉아 떡만둣국을 먹는 나. 힐끔힐끔 나를 향한 시선들이 느껴졌다. 안경에 서린 김을 마스크 삼아 얼굴을 만둣국에 파묻힌 채 맛있게 먹었다.
‘한국에서도 잘 안 하는 혼밥을 미국에서 그것도 새해 첫날부터 할 줄이야!‘
음식은 비쌌고
새해 첫날 눈 비비고 일어나며 당연하게 차려져 있던 엄마의 떡국이 눈에서 아른거렸고
너도나도 “새해 복 많이 받아” 주고받던 정이 그리웠다.
여기에 내게 “해피 뉴이어”라고 말해줄 사람은 없어 보였다.
든든하게 비운 떡만둣국을 뒤로하고 거리에 나왔다. 한인마트에 가서 오랜만에 한국 과자를 먹고 싶었다. 과자도 16시간 비행하면 이렇게 비싸지는구나 느끼면서 한국이었으면 바로 집었을 오예스를 두고 나는 망설였다.
내게 주는 새해 선물로 ‘오예스’를 사고 나왔다. 호텔에 도착해 신년 뉴스를 배경음 삼아 발 뻗고 누웠다.
“천국이구나”
엘리베이터도 없이 4층 계단을 23kg 캐리어를 올랐던 곳
주인아주머니와 함께 쓰는 작은 화장실이 있던 곳
공업 지역이라 밤이 되면 걸어 다니기 너무 무서웠던 곳
전날까지 머물렀던 숙소에서 벗어나 브로드웨이 중심가고층 호텔에 있는 지금 상태가 너무 천국 같았다.
2주 동안 미국 이곳저곳을 돌아다니고 나서 처음으로 온전히 호텔에서 쉬는 날이었다. 피곤에 절어 그렇게 4시간을 훌쩍 잔 거 같다.
잠에서 깨어나니 어느새 어둠이 내려앉은 후였다. 창밖으로 보이는 뉴욕 야경은 어느 전망대만큼이나 아름다웠다.
책상 위에 올려진 아까 사 온 ‘오예스’가 눈에 들어왔다.
올해는 “Oh Yes!”라는 말로 가득한 해가 되기를 소망하면서.
23년을 돌아보는 지금 꿈처럼 행복했다는 걸 안다. 달콤하고 행복하게 와줘서 참 고마운 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