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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디아 Dec 23. 2023

편지의 온기

 나는 편지를 좋아한다.

 온전히 나만을 생각하며 꾹꾹 눌러 담아 쓴 진심이 느껴진다. 미국으로 떠나기 전 친구들에게 받은 편지가 날 얼마나 울렸는지 모른다.


 타지에서 보내는 편지는 낭만을 품는다. 새로운 곳을 갈 때면 나는 엽서를 보냈다. 퀘벡 샤토 프롱트낙 호텔 앞 어느 우체국에서, 런던의 어느 애프터눈 티 카페에서 편지를 보냈다. 그곳에서만 나는 향취를 똑같이 나누고 싶어서.


 편지는 때론 나를 울게 하고 웃게 만들었다. 매달 편지를 보내주는 밤이의 마음이 따뜻해서, 새로운 편지를 열어보기 전까지의 설렘이 포근해서.


 낯선 우표와 함께 날아온 편지, 타지에서도 누군가가 나를 생각하고 있다는 마음. 나의 진심도 전해지길 바라면서 많은 편지를 보냈다.


 한국으로 돌아오기 전 미국에서 쓴 마지막 편지는 나에게 왔다. 미국에 있던 과거의 내가 한국에 있을 미래의 나에게 보내는 편지였다. 그 안에는 작은 선물도 함께 있었는데, 처음 길을 잃었던 곳에서 주운 나뭇잎이었다.


 흐드러져가는 순간을 작은 유리병에 담아 영원처럼 기억하고 싶었다. 그때 내가 보고 듣고 맡았던 모든 것을 나뭇잎에 담았다.


 다시 열어본 편지 속으로 들어갔다.

 “비밀의 벽장을 열고 자기만의 세계로 내려가는 나니아처럼 “

 나는 또 한 번 그곳으로 가 있었다.


 연말이 다가오면 서로 편지를 주고받는다. 올 한 해 나와 함께 해줘서 고맙다고. 하얀 눈이 차갑게 내리는 동안 편지를 읽는 두 눈을 따라 볼은 따뜻하게 물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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