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기 위해 시작한 여행
합의 이혼이든 조정 이혼이든 그도 아니면 재판을 통한 이혼이든 헤어짐의 방식 보자 중요한 것은 서로 사랑하는 마음이 끝나버렸고 그로 인해 이혼이라는 법적 절차를 밟아 이별했으며 그에 따라 세상 그 누구보다 아끼고 의지했던 두 사람이 더 이상 서로에 대해 어떤 책임도, 의무도 지우지 않는 남이 되었다는 사실입니다. 물론 이혼 전 바라왔던 것처럼 이혼과 동시에 싱글이었던 과거의 나로 회귀할 수 있을 거라 기대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지금의 나는 이미 결혼에 이르렀을 정도로 한 사람을 깊이 사랑해 봤고 그 사람에게 상처 입어 봤으며, 이 한 몸 건사하기에도 바쁜 와중에 나 자신보다 더 소중한 사람을 낳아 기르며 돌봐야 하는 상황에 놓였으니, 오롯이 혼자였던, 나 하나만 책임지면 되고 내 감정에 집중할 수 있었던 그때의 나로는 절대 돌아갈 수 없음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잠시 누군가를 사귀다 헤어진 것이 아니라 결혼해 함께 살아가다가 이혼하여 다시 혼자가 됐으니, 봐도 못 본 척 들어도 못 들은 척 참아야 했으며 , 당장 헤어지고 싶었음에도 인내하고 기다렸던 세월이 길었던 만큼 이혼 직후 한동안은 해방감과 자유로움을 만끽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시간은 한 여름밤의 꿈처럼 잠시 머물다 사라져 버립니다. 제 경험을 말씀드리면, 이혼 당일 가족과 친구들 모두 응원과 축하의 인사와 선물을 건네주었으며 제 기분도 오랫동안 미뤄두었던 숙제를 해결한 듯 가벼웠고 무슨 일이든 해낼 수 있을 것만 같았습니다. 하지만 기쁨과 희망으로 가득했던 기분은 며칠 지나지 않아 그 사람을 사랑했던 나 자신을 향한 원망과 증오로 바뀌었으며, 매일 세월을 거슬러 오르며 과거 속 나를 탓하더니만 결혼 사흘 전으로 돌아가 헤어지자 말해놓고도 미안하다는 그의 사과에 모질지 못했던 스스로를 탓하고 책망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길었던 결혼 기간 동안 보통 사람이라면 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웠을 상황이었음에도 그저 참고 견디며 침묵을 택했던 나 자신을 비난하느라 온몸에 열이 나고 아팠습니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흐르고 무력감과 우울감에 스스로를 고립시켰던 날들은 그로부터 3년 넘게 이어졌으며 이혼 후 10년 가까워진 지금도 이전만큼은 아니나 여전히 쓰린 상처로 남아있습니다.
겨우 아물어가는 곳을 부러 헤집어가며 과거의 나를 미워하고 비난하느라, 부모의 이혼으로 힘들었을 아이들의 마음을 보듬어 줄 시간도, 스스로의 상처를 치료할 기회도 놓쳐버렸으며 가뜩이나 불안했을 아이들이 혹여 지쳐버린 엄마가 삶을 놓아버릴까 두려워하게 만들었습니다. 지금까지 잘 견뎌냈다고, 그동안 힘들었을 텐데 정말 애썼다고 결혼 생활 내내 얼마나 힘들었는지 가장 잘 알고 있는 나 자신을 다독이고 안아줬어야 했습니다.
이혼을 경험한 분들은 이혼 직후 찾아오는 감정의 소용돌이가 어떤 것인지, 다른 사람들은 잘했다 말해주고 축복해 주는데, 도대체 왜 나 자신만이 스스로를 비난하고 우울에 빠져 지내도록 방치하는 것인지, 그것이 얼마나 고통스럽고 버거운 감정인지 잘 앍고 계실 것입니다. 만약, 이 글을 읽고 계신 분들 중 이혼을 고민하거나 이미 결정하고 진행 중인 분이 계시다면, 온 마음을 다해 사랑했던 사람을 미워하고 과거에 그 사람을 선택하고 사랑했던 자신을 원망하느라 지금 내가 샤랑 하는 이들과 함께 경험하고 나눠야 할 소중한 시간과 행복을 낭비하지 않기를, 이미 끝나버린 인연에 몸과 맘이 묶여버린 채 모든 고통이 자신의 탓이라며 책망하느라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뒷걸음치지 않았으면 합니다. 결혼을 결정했을 때는 그만큼 서로를 믿고 사랑했기 때문인 것처럼 이혼을 결정했을 때에도 그만한 이유가 있었기 때문일 테니, 자신의 감정과 판단을 믿고 나아가기를,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새로운 내일의 나를 찾아가기를 기도합니다. 그렇게 하루, 하루 감사의 미소를 지으며 살아가다보면 이전의 내 모습 그대로는 아닐지라도 더 성숙하고 단단해진 자신을 만날 수 있을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