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관계의 변화

긴장이 풀어진 것일까? 가면을 벗어낸 것일까?

by 서우

일분일초도 떨어져 지낼 수 없을 것처럼 사랑했던 연인은 사랑의 종착지라 불리는 결혼으로 법에 의해 인정받는 부부로 불리는 동시에 두 사람의 관계의 본질적 변화를 깨닫습니다. 나 자신보다 아끼고 사랑했던 두 사람이 한 가족의 생계와 삶의 질이 걸려있는 경제적인 부분을 책임지게 됨은 물론 결혼 이전에는 호칭조차 모르고 지냈던 다양한 인간관계를 맺게 되고, 그로 인해 내 주어진 여러 가지 역할들을 받아들여야 하며 두 사람의 가정이 최상의 상태로 조율되고 유지되기 위해 함께 노력하는 파트너 풀어 표현하면, 정말 가깝고 친하지만 늘 어느 정도는 서로를 견제하는 동료로 변화하니까요.


동화 속 왕자와 공주처럼 우아하고 아름다울 것만 같았던 결혼 생활이 흡사 전쟁과도 같은 치열하고 처절한 삶이라는 것을 인지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치 않습니다. 그나마 혼자였다면 도저히 견디기 힘들었을 일들을 함께 겪어내며 한 해. 두 해 살아가다 보면 서로가 안쓰럽게 여겨지는 순간이 오는데, 이 또한 사랑이라며 인정하고 받아들이면 지속되는 것이고, 일방적인 희생과 동정이라 단정 지으면 그것으로 끝나지는데 그것이 이혼의 시작점이죠. 서로를 강렬히 이끌었던 성적 매력과 장점은 시간의 흐름과 함께 점차 상실되어 가거나 수많은 갈등 뒤로 밀려나 가려지고 기꺼이 몸과 마음을 나누며 행복을 경험하고 아낌없이 자신을 내어주고 희생하며 사랑의 극치를 체험했던 두 사람은 어느새 서로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 휴대폰이나 TV 속 세상에 집중하고, 말조차 섞기 버겁고 어색해 피하려 드는 그런 시이로 변해갑니다. 그나마 결혼을 유지하기 위해 그동안 노력하고 인내했던 점을 측은히 여겨 '정'이라 불리는 감정으로 묶여 동지로서 살아간다면 다행이겠으나, 그조차도 어려운 이들은 서로에게 남보다 못한, 무어라 단정 짓기 어려운 존재가 되어 결혼 생활을 마무리하는 단계에 접어듭니다.


결혼 전, 서로를 아끼는 마음을 가득 담아 불러주던 애칭이 결혼 후 특히 출산 직후, 누구 엄마, 누구 아빠로 바뀌게 되면, 안쓰러울 만큼 고맙고 사랑스러웠던 마음과 그 마음이 향해있던 존재는 어느새 사라지고 맙니다. 너무나 당연하고 자연스레 하루하루 서로에게서 멀어지며 소홀해지고, 부담스럽고 짐스럽다 여기는 것에 익숙해지다 보니 결국에는 만지면 닳아버릴까 그저 곱고 귀하던 내 사람이, 언제든 보듬고 싶고 내 모든 것을 바쳐 지켜주고 싶었던 나의 가족이 아닌, 어떻게든 먹여 살려야 할 부양의무자로 전락하고 마는 것이죠.


이유가 무엇이든, 시기가 언제이든 지극히 사랑했던 두 사람은 관계를 지속해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해 메마른 시선에 서로를 담아두고 구속할 뿐, 서로를 위로하지도, 안아주지도 않습니다. 그들의 결혼을 축하하고 지켜보며 함께 걱정했던 모두에게, 갈 곳 잃어버린 두 사람의 결혼 생활은 슬픈 결말을 예고하기에 이르죠.

혹시 지금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나요? 그렇다면 그 끝이 꼭 결혼이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기 바랍니다. 반복되는 헤어짐이 싫어 결혼을 원한다면, 동거인의 지위로 함께 살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일 것입니다. 사랑하는 마음과 삶의 태도는 각기 다르니 두 사람의 마음이 모아져 결혼에 이르더라도 서로를 애타게 그리워하던 결혼 전 그 날들처럼 자신의 내면과 외면을 꾸준히 가꾸고 존중하는 마음만큼은 잊지 않았음합니다 , 혹여 두 사람 사이에 자녀가 생기더라도, 아이에게 집중한다는 핑계로. 서로를 사랑했던 마음을 놓쳐버리지는 말기를, 내 아이를 낳아 준 아내의 희생과 매 순간을 함께 한 남편의 배려에 감사하며, 이전보다 더 서로를 소중히 여기며 살아가기를 기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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