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을 수 없는 상처들
사귀는 동안 상대의 장점이라 여겼던 여러 가지 것들이 결혼과 동시에 헤어짐을 고려하게 될 정도의 단점이 되어버립니다. 예를 들어 친구가 많다는 것이 사귀는 동안에는 성격 좋고 활동적인
사람으로 보여 좋았으나, 결혼 후에는 그 정도로 많은 친구들과 지내야 하다 보니 가정에 소홀하며 외부활동에만 신경 쓰는 무관심하고 쓸데없이 바쁜 사람이라 느껴져 화가 나고 미워졌습니다.
두 번째로, 음식을 골고루 먹고 식사를 잘하는 모습입니다. 언제, 어디서, 무엇이든 가리지 않고 잘 먹는 모습이 복스럽고 건강해 보여 호감요인으로 작용했으나, 결혼 후 어느 시기부터는 왜 그리 먹는 것에 집착하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에 밉고 짜증 나게 하는 이유가 되더군요. 특히 싸 유고 난 후, 혼자만 식사하기도, 굶기기도 어색해 밥 먹으라 말해줄 때가 많았는데, 이때 나와 앉으며 고맙다 한 마디면 조금씩 맘이 풀리고 화해할 수 있었을 텐데 아무 말 없이 그것도 수저소리와 음식 씹는 소리를 유난히 크게 내며 밥을 먹고 있으면 식탁 주위의 공기가 어찌나 답답하던지 숨 막힐 듯 느껴졌습니다. 한 번은 아이들만 차려주려다 아이들이 눈치 보고 힘들어할 수도 있고, 먹는 것 가지고 치사하게 구는 것처럼 생각되기도 해서 애써 괜찮아진 척 "식사하세요." 하고 그 사람을 불렀는데 '혹시나'가 '역시나'라고 화났다며 티 내는 것인지 아이들까지 체할 정도로 온갖 소리를 내며 문을 쾅 닫고 나가버리는데, 너무나 아프고 서러웠습니다. 아마도, 아이들이 없었다면 그때 별거를 하든 헤이지든 하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였죠. 제겐 안 좋은 기억으로 남았으나 경우에 따라 식사자리가 화해의 계기가 되어주기도 한다니 상대가 좋아하는 음식을 만들어주거나 권하며 함께 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습니다. 다만, 싸운 직후에는 서로에게 힘든 시간일 테니 뭉친 감정이 풀어질 때까지 어느 정도 시간을 가진 뒤 함께 하는 센스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세 번째는 상대가 모든 면에서 일방적으로 의존했던 것입니다. 전 남편은 결혼 후 단 한 번도 생활비를 벌어본 적도 직업을 가져보려 한 적도 없었는데 결혼 전겨ㆍ 초반에는 누구든 벌면 되니 경제적인 능력이 없다고 상대를 비난해서는 안된다 생각했기에 빨리 돈을 벌서오라고 닦달하거나 재촉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누군가가 나를 의지하는 것과 전적으로 의존하는 것은 다르더군요. 제가 건강하다면 무슨 일을 해서든 돈을 벌어먹고살면 되니까 괜찮다고, 감당할 수 있다고 여겼지만, 건강이 나빠지고 입원이 길어지다 보니 직장을 다닐 수 없는 상황이 되었음에도 모든 것을 내게 맡기고 하고 싶다던 사업만 진행하며 오히려 채무를 늘리기까지 하는 그 가 원망스러웠습니다. 몸이 아프니 마음도 약해져 저 또한 누군가에게 기대고 의지하고 싶었는데 제게 기대고 의존하는 것을 당연시하니 죽을 만큼 지치고 외로웠습니다. 물론 부부사이에 서로 힘든 것을 이야기하고 기대며 살아가야 하지만 일방적인 관계는 오래갈 수 없음을, 철인처럼 보이는 사람도 표현하지 않을 뿐 언젠가는 지쳐 쓰러질 수밖에 없으니 때로는 쉬게 해 주고 부담 덜어주려 함께 노력해야 합니다.
마지막은 그 사람이 내 부모와 가족을 비난하고 싫어했던 것입니다. 부모님께서 그 사람을 반대했던 이유로 결혼 후에도 그 사람은 함께하는 자리를 꺼려했습니다. 결혼 후에는 두 분이 사위를 홀대하면 내 딸이 타박받고 맘 고생한다며 예를 갖춰 대하셨음에도 결혼 전 상처를 잊을 수 없어 만나고 싶지 않다기에 한동안 친정 부모님을 만나지 않고 살았던 적도 있었죠. 시댁의 제삿날이나 명절이 되면, 내 부모를 찾아뵙지도 못하면서 한 번도 뵙지 못했던 증조, 고조어르신들을 위한 제사상을 차리고 시댁식구들을위힌 밥상을 차리고 또 치우고 있는 나 자신이 얼마나 가증스러웠는지 모릅니다. 결국은 다시 찾아뵈며 살았으나 이후로도 한동안 뵐 수 없을 정도의 충돌이 있었고 함께 친정으로 가서 인사드리고 있음에도 딸인 내 입으로 먼저 돌아가자 말해야 할 정도로 늘 불편하게 만들었던 그의 무표정과 침묵은 지금도 잊히지를 않습니다.
살다 보면 사랑으로 인한 열기는 잦아들고 그만큼 가슴은 시려오는데 평생을 의지하고 사랑했던 내 부모님을 싫어하고 힘들어하는 사람을 품어가며 살아갈 자신이 없었습니다. 가족들과 친구들의 빈대에도 불구하고 내가 선택한 사람이고, 내가 사랑한 사람인데, 내 선택이 잘못되었다 시인하기 싫어서 책임지려 했으며. 누가 무어라 하든 내 아이들에게는 아버지이니 최대한 버텨보려 했으나 그조차 저의 오만임을 깨닫게 된 거죠. 감정과 오기를 버리고 지난했던 결혼 생활을 돌아보니
수시로 나의 부모님을 비난하던 그를 그저 참아내야만 했던 분노와 내 부모와는 만나지도 못하면서 며느리라는 이유로 시어머니께는 잘하려 애썼던 설움 외에도 여러 문제들이 부각되어 더는 감수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 이혼하게 되었습니다.
결혼은 당사자들만의 결합일 수 없습니다. 그러니 결혼 전, 미리 알아보고 각오해야 하며 어느 정도는 그러려니 넘기는 마음의 여유도 지녀야만 합니다. 살다 보면 다투지 않을 수 없겠으나 지나치게 날 선 표현으로 서로를 상처 입혀서는 안 되며 그 화살이 상대의 가족에게까지 확대되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합니다. 결혼으로 부부가 되었다면, 서로가 서로를 평생도록 사랑하며 보호해 주겠다던 결혼 서약을 기억하며 살아주기를,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낳고 길러준 가족과 이제 자신도 한 가족이 되었음을 받아들이고 내 사랑의 폭을 더 키워나가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