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 아님 일기
내가 주로 치료받는 외래 주사실은
소아과 주사실로 가는 길목에 있다. 어느 날, 주사실 앞에서 대기하던 중 작은 손에 주삿바늘을 꽂고는 엄마 아빠 손을 잡은 채 걸어 나오는 아이와 마주했다. 그 아이의 부모는 괜찮다고, 그냥 계시면 비켜가겠노라 말했지만, 나는 굳이 휠체어를 뒤로 빼 지나가도록 길을 비켜주었다. 주사 맞느라 무서웠을, 여전히 꽂혀있는 바늘에 긴장했을 아이가 나로 인해 엄마, 아빠의 손을 놓게 하고 싶지 않아서. 쉬흔두 살의 나이에도 놓기 힘들었던 그 손이 어떤 의미인지 알기에, 두 분을 잃고 난 뒤에도 맘으로나마 부여잡고 있던 엄마, 아빠의 그 손을 , 세상 두려운 모든 것으로부터 나를 지켜주었던 그 손을 작은 아이만은 놓치지 않을 수 있도록 지켜주고 싶었다. 어쩌면, 한 페이지를 훌쩍 넘긴 합병증의 고통 속에서도 죽지 않고 살아가는 이유가
구겨진 내 손을 잡아주는 내 아이들의 그 손 때문이지 않을까 하여 그 아이가 꽉 붙잡고 있는 사랑과 온기를 지켜주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