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을 좋아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옷도 젖어서 금방 빨아야 하고,
우산을 계속 들고 다니는 것도 귀찮고
왠지 모르게 축 쳐지니까.
그말엔 나도 백번 동의한다.
하지만 나는 이런 이유들에도 불구하고
비 오는 것을 꽤나 좋아한다.
빗소리를 듣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그리고 이렇게 느끼는 건 나뿐만이 아니었다.
어느 오후,
집에 돌아왔는데
희미하게 빗소리가 들려왔다.
어라, 밖에 비 안 오는데?
소리의 근원지를 찾다가
아버지 방 앞에 멈춰섰다.
조심스레 문을 열었다.
방 안에 아버지가
새우처럼 등을 말고 주무시고 계셨다.
그 옆의 휴대폰에서 들리는 빗소리.
'고요한 밤을 채우는 10시간 빗소리 재생'
나는 숨죽여 문을 닫았다.
지난 밤 아버지의 일터에
별일이 없었기를 바라며.
편안한 빗소리에
낮에 있던 온갖 일들과
잡다한 상념이 잊혀지는 기분이었다.
태연의 'Rain'을 재생하며 이어폰을 꽂고
가장 좋아하는 가사를 곱씹었다.
'오늘 하루 내 안부를 묻듯이
편안한 빗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