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 내가 짓기

여운이 된 이유

by 여운

다른 이름으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 했었다.


이름이란 건 그 사람 고유의 것이니까

하나의 정체성 같은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스스로에게 필명을 지어주자고

결심했을 때,

여러 후보군을 두고 오랜 시간 고민했다.


소담?

말의 울림은 좋은데 내가 시옷 발음을 잘 못해서

자기 소개할 때마다 버벅거릴 것 같다.


가을?

좋아하는 계절이긴 하지만

너무 흔한 것 같다.


뭐가 좋을지 몇날 며칠을

머리를 싸맸다.


그러다 하루는 오랜만에 극장으로 영화를 보러 갔다.

영화는 생각보다 좋았고 스크린이 꺼진 후에도

주인공들의 잔상이 아직 남아있는 것만 같았다.

극장을 나오며 친구와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여운 있네."


내가 한 말임에도

그 단어의 의미처럼 그날 내내

여운이라는 말은 내 머릿속에 맴돌았다.


부드러운 발음

흔하지 않음

기억에 남음

내가 이름을 지을 때 고려했던

삼박자까지 모두 갖추고 있었다.


누군가의 일상에도 그렇게 여운을 남기는

글을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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