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말이다.
그렇다고 해서 시도 때도 없이 사진을 찍어대는 건 아니다.
여행을 갔거나, 특별한 일이 있을 때는
꼭 한 장 정도 남겨두는 편이다.
이렇게 하는 습관이 생긴 것은 벌써 꽤 오래 전의 일이다.
고등학교 3학년 시절,
수능 전전날이라 실질적으로 야간자율학습을 하는 건
마지막인 날이었다. 담임선생님께서 마지막인만큼
야자를 추억하며 사진 하나 찍는 건 어떠냐고 물어보셨다.
친구들은 다 좋아요를 외쳤는데 나는 찍고 싶지 않았다.
공부하느라 힘들어서 표정도 안 좋고 야자하느라
이때까지 얼마나 힘들었는데 웬 추억?
(잔뜩 예민한 고3이었던 나는 한껏 삐딱선을 타던 시절이 있었다.)
싫다고 한사코 거절했지만 반의 모든 아이들이 나에게 와서
찍자고 애원하는 형국이 되자(장난 반 진심 반이었던 것 같다)
나는 어쩔 수 없이 무리에 섞여 앉았다.
마침 지나가던 옆 반 반장을 불러세워 다 같이 교실 중앙으로 모였다.
나는 그때까지도 카메라를 쳐다보지 않은 채 몸만 그곳에 존재했고
사진은 그대로 찍혀버렸다.
얼마 전에 클라우드에서 사진을 찾으려고 막 넘기다가
그 때의 사진을 발견하게 됐다.
다들 환히 웃고 있는 사이에 고개 돌린 내 모습이 보였다.
억지로 들어보인 브이. 어색한 미소.
모든 게 엉성한데도 어딘지 모르게 즐거워 보였다.
지금은 사진을 찍고 싶어 안달인데,
저 땐 뭐가 그렇게 찍기 싫었을까.
피식 웃음이 나왔다.
그래도 그 때 찡그린 채로나마 사진을 남겨둬서 다행이다.
사진마저 없었다면 마지막 야자한 날은 아예 내 기억 속에서
영원히 사라졌을 테니까.
역시, 남는 건 사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