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인터라켄을 여행했을 때의 일이다.
융프라우 정상까지 오르려면 산악열차를 여러번 환승해야하는 탓에
조금 더 편하게 가기 위해서, 1일 투어를 예약했다.
20여명 정도 되는 인원이 함께 움직이는 패키지라
조금 불편할 것 같긴 했지만 한국인과 함께라는 편안함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투어날이 밝았다.
친구, 연인, 가족 등 여행자들의 단위는 다양했다.
그리고 그 중 혼자 온 사람은 나를 비롯해 총 4명.
게다가 모두 여성. 반가운 우연이었다.
2인석 자리가 많은 열차의 특성상 같이 다니기도 편하고,
혼자 왔으니 서로의 사진을 찍어준다는 명목으로
우리는 반나절의 투어동안 함께 다녔다.
그리고 모두 지쳐 뻗어버린 투어의 마지막쯤,
열차에 늘어져있다가 그중 한 분이 말을 꺼냈다.
"다들 무슨 일 하세요?"
한 분은 퇴사한 간호사로서 재취업을 하기 전에 온 장기여행이었고,
한 분은 스페인 교환학생으로 여름방학 맞이 여행 중,
우리에게 질문한 분은 여행사 영업직으로 휴가를 나왔다고 하셨다.
그리고 마지막 나...는 당시 취업준비생이었지만
일을 그만두고 잠시 쉬고 있다며 최대한 좋게 포장해봤다.
잠시 요즘 대한민국의 취업 현실에 대해 얘기하다가
조금 씁쓸해지기도 하고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어느새 헤어질 시간이 되었다.
방금까지 절친한 친구마냥
사진을 여러 각도로 찍어주며 의기투합하던 우리는
각자의 길로 흩어졌다.
이곳에서 만난 것이 기적인 것마냥
행선지는 모두 달랐다.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독일의 베를린,
스위스의 라우터브루넨과 나의 목적지인 이탈리아의 베니스까지.
서로의 남은 여행길이 무사하기를 바라며
손을 흔들고 허리를 꾸벅 숙였다.
서로 이름도 모르고, 같이 찍은 사진도 없지만
인터라켄에서의 사진을 볼 때면
그곳에 있던 네 명의 여행자들이 생각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