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주는 과학일까

by 여운

20대 초반부터 사주에 관심이 생겨

유명하다는 여러 곳을 방문했었다.


그때마다 듣는 말은 비슷비슷했다.

가장 대표적이었던 건


1. 예술, 문학 계통과 잘 맞는다.

2. 사주가 너무 춥다. 화(火)를 가까이 해야한다.

3. 결혼은 늦게 해라.


이 말들은 어딜 가나 꼭 들었던 것 같다.


첫 번째는 내 사주에 화개살이 있어서 그런 것 같다.

실제로 이는 꽤 잘 맞아서 글 쓰는 걸 좋아하기도 하고

전공도 문예 계열이긴 하다.


두 번째는 수(水)가 많은 데다가, 한겨울에 태어나서 그럴 것이다.

(물상으로는 물 위에 떠있는 커다란 겨울나무라고 했으니

말로만 들어도 추워보이긴 한다.)

그리고 이제까지 사귀었던 사람들이나, 좋아한 연예인들을 보면

정말 신기하게도 꼭 일주가 화(火)이거나 사주에 불이 많은 사람들이었다.

(지난번 역술가님은 현 남자친구도 불덩어리라는 말을 해주시곤 했다.)


세 번째는 사실 잘 모르겠다.

근데 어딜 가나 이 얘기 듣는 사람이 많은 걸로 봐서는

그냥 해주는 조언 아닐까?


실상 이 이야기에 그 해의 운세나 적당히 살을 붙여서

말을 해주시는 것일테다.

하기야, 나의 태어난 날과 시간은 바뀌는 게 아니니

어느 역술가가 보아도 비슷한 말을 할 터였다.


하도 많이 찾아보다보니 오행, 살 등 웬만한 건 어느 정도 알아서

이제 친구가 새로운 애인이 생겼다고 하면 생년월일부터 물어보고는 한다.

그렇게 셀프로 봐도 되는 건데, 그런데도 항상 연말연초가 되면

용하다는 점집을 기웃거리게 되는 것은 왜일까.


이번 해도 내년 운세를 보다가 문득 이런 의문이 들었다.

그리고 그에 대한 답을 추측해보자면

오지 않은 미래를 먼저 엿보고 싶고,

그말에 의지하고 싶은 인간의 욕망인 것 같다.

스스로 알고 있더라도 타인의 입을 통해서 한번 더 확인 받고,

확신을 얻고 싶은 마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주가 과학은 아니지만,

내년에 커다란 화(火)의 기운이 들어온다는 말에 벌써부터 마음이 들뜬다.

사실 올해 하반기부터 일이 점점 잘 풀리고 있어서(예전에 비해)

화기가 점점 밀려온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부디 내년엔, 내 추웠던 마음에

온기가 찾아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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