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어린 시절 최초의 꿈은
드라마작가였다.
취미가 드라마 시청이었고
내가 웃으면 드라마에 재밌는 장면이 나와서였고
내가 울면 주인공과 함께 오열을 하는 거였다.
대학생이 되어
스트레스를 풀 때도 맥주 한 캔과
같이 볼만한 드라마를 넷플릭스에서 찾았다.
방학이 되면 며칠을 몰아서
상반기 드라마 정주행을 했던 날들도 있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드라마의 내용이 기억나지 않았다.
보다가 잠들어버린 것이다.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몸이 피곤했나 보다.
내일 여기서부터 다시 보지 뭐.
몇 번을 반복해서 틀어도
10분, 20분 내지로 곯아떨어져버렸다.
같은 전공 친구들에게도 내 나름의
고민을 털어보았으나
그 드라마가 재미 없는 거 아니냐
네가 알바를 너무 많이 해서 피곤한 것 같다
잠 좀 더 자라 라는 말이 돌아올 뿐이었다.
사실 난 이 답을 알고 있었다.
집중력이 현저하게 떨어진 것이다.
본디 사람은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를 하고, 봐야
더 능률이 오르고 힘을 얻는 법인데
나는 드라마를 굉장히 지루해하고 있었다.
신경 써야하는 것이 너무 많았다.
저 장면은 이런 이펙트를 썼네. 잘 만들었다.
아 과제 내야되는데 이거까지만 볼까.
참, 나 국가장학금도 신청해야 되지? 마감이 언제까지더라.
이렇게 온갖 생각들이 둥둥 떠다니는데
드라마 속 대사와 주인공의 표정에
들리고 보일 리가 없다.
그 시기가 지나고,
요즘은 그때보단 덜하긴 하지만
역시 긴 호흡의 드라마를 보는 건 조금 버거워서
주로 영화를 찾고 있다.
먼 미래에는 사람들의 집중력이 점점 줄어 들어
영화가 5분 안에 끝날 거라는 말을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다.
처음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생각했었는데...
당장 나만 봐도 30분짜리 단막극도 겨우 집중하는 마당에
아주 불가능한 얘기도 아닌 것 같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이렇게 변해버린
내가, 세상이 조금 슬프다.
그렇게 드라마를 좋아했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