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정의

by 여운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한 문장으로

정의내리는 것은 꽤 어려운 일이다.

특히 '사랑'은 더욱 그렇다.


20대 초반, 첫 연애를 했던 사람을

떠올려본다.


데이트를 하러 약속 장소로 가고 있는데,

반대편 길에서 날 부르는 그의 목소리가 들렸다.


머리 위로 손을 붕붕 흔들며

신난 강아지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나도 반가운 마음에 손을 흔들자

그는 도로를 살펴보며 나에게로 달려왔다.


신호등이 따로 없는 짧은 건널목이었고,

분명 차는 없었는데 갑자기

반대편에서 오토바이 한 대가 미친 속도로 달려왔다.


생각이 들기도 전에 몸이 먼저 나가버렸다.

그를 향해 몸을 던졌고 다행히 오토바이가 먼저 지나가

사고가 나진 않았다.


엉겁결에 그냥 달려와 안겨버린 꼴이 된 우리는

눈을 마주치고 웃어버리며 상황은 무마됐다.


그때 내 머리에 스친 생각은

'대신 죽을 수도 있겠다.'는 것이었다.


그 이후로 나에게 진짜 사랑의 정의란

그 사람을 위해 목숨을 바칠 수 있는 것,으로 내려졌다.


다소 낯간지러운 말이라고 느낄 수도 있지만

그게 내가 느끼는 최대의 감정이고,

지금도 그 생각은 바뀌지 않았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대다수는 이렇게 말한다.

'그분을 진짜 많이 사랑하셨나봐요.'


나 또한 그런 줄 알았다.

그런데 그와 헤어지고 나서 다른 사람을 만나도

똑같이 그런 감정을 느끼는 것을 보니

내가 느끼는 사랑에는 경중이 없는 것 같다.


난 항상 모든 사람에게 진심이었기에

지금 내 기억 속엔 그때 그 시절에

각각 가장 사랑했던 사람으로 남아있다.


물론 대부분의 기억은 바래지고 잊혀져

남은 것도 별로 없지만


나를 더 성숙하게 만들어 주고,

사랑의 정의를 내릴 수 있게 해준

그분들에게 고맙다는

닿지 않는 메세지를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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