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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의 꿈

by 여운

엄마는 젊은 시절 레코드샵을 했다.


음악이 좋아서 차렸다고 했다. 몇 년 만에 가게를 닫았다고 하지만 엄마는 요즘도 이따금 레코드샵의 단골손님 이야기를 한다. 그만큼 기억에 오래 남은 젊은 날의 추억인 거겠지. 그래서 나도 저번에 했던 얘기야, 같은 사족을 붙이지 않고 그냥 가만히 또 듣고 있는다.


나도 훗날에는 엄마처럼 하고 싶은 것을 다 하며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좋아하는 책과, 빵과, 차를 내리고 좋아하는 -아마 그때쯤이면 추억의 시티팝으로 불릴 것 같은-Vaundy의 踊り子를 틀어놓고, 한쪽 벽면에는 영화 세 개를 반복해서 틀어놓을 것이다.

맑은 날에는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를,

흐린 날에는 <냉정과 열정 사이>를,

그리고 비 오는 날에는 <지금 만나러 갑니다>를.


손님은 많지 않아도 좋다. 그냥 얼굴을 외울 수 있는 정도의 수면 좋겠다. 금방 망해버려도 그런대로 살지 뭐.


어릴 때는 꿈이 열 손가락에 다 꼽을 수 없을 정도로 많았는데. 지금은 그저 중간만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더 크다. 하지만 허무맹랑한 꿈들이 훨씬 많아서, 진짜 진짜 하고 싶고 정말 정말 되고 싶은 일만 꿈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그렇다면 지금 이 꿈은 세 번째 정도 될 것 같다. 노후에 세 번째 꿈까지 이루면 그런대로 성공한 삶 아닐까?


오늘도 나는 꿈을 꾼다.

그곳엔 좋아하는 것들에 가득 둘러싸인 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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