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31일과 1월 1일

수미상관

by 여운

나는 12/31과 1/1이 거의 같은 날이라고 본다.

한 해의 마지막 날과 첫 날인데 같냐니

그게 무슨 소리냐고?


그게 무엇이든지 나는

처음과 마지막을 중요시하는 사람이다.


첫인상이 좋지 못했으면

대부분 바뀌지 않고 끝까지 좋지 않았으며

마지막 인상 또한 중요해서

어떤 집단에서든 마무리는 깔끔하게 하려 애썼다.


더 어렸을 때는 처음이 갖는 의미가 더욱 컸다.

첫 사랑, 첫 알바, 첫 여행, 첫 이별...

왜인지 '첫'이 붙는 것들은 더 오래 기억에 남는다.


마지막 또한 마찬가지다.

누구보다 열심히 애정을 쏟았던

대학교 첫 동아리는 어쩐지 입단한 첫 날보다,

중간에 스쳐갔던 무수한 보통의 날보다,

아쉬움에 동료들과 울며불며 마무리했던

술자리가 더 기억에 남는다.


어릴 땐 처음 해보는 게 너무 많아서

시작이 나에게 더 의미있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마무리짓는 것들도 많다보니

끝과 시작 모두 중요하다고 느낀다.


그래서 두 가지는 아주 달라보이지만

동시에 아주 많이 닮아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부한 표현이지만 끝은 또다른 시작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1년의 끝과 또 다가올 1년의 시작이

맞닿아있는 오늘에

두서없이 생각들이 마구잡이로 튀어올랐다.


3월엔 내가 뭐했더라.

여름에 00이 생일 챙겨줄걸.

내년엔 일기 진짜 제대로 써야지.

근데 새해 첫곡은 뭐 듣지.


다가올 해에 바통을 넘겨주며

복잡했던 머리속은 깨끗하게 비워버리자.


이 글을 읽는 당신의 마지막 하루와 시작의 하루에도

여운이 남는 끝과 처음이 있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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