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에 갑자기 떠올라
이제는 젊은 친구들의 자기소개에도 오르는 그것.
MBTI.
나도 성격에 관련되자면 생각도 많고
할 말도 많기 때문에
16가지 성격 유형과
5가지 지표들을 하나씩 분석해 가며
밤을 지새우기도 했었다.
그중 내 눈에 가장 띄었던 것은
F와 T였다.
겉으로 봤을 때 가장 차이가 분명하고
사람들 간에 논쟁도 많이 되는 지표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어느 한 편에 서기가 애매한 위치였다.
F 51에 T 49라는 숫자가 그렇게 말해주고 있었다.
다음 날 기분이 조금 좋지 않을 때 테스트를 다시 하면 T의 비율이 더 높게 나왔고
인류애를 조금 채워주는 사건을 겪고 나서는 F의 비율이 근소하게 더 높았다.
처음엔 어느 하나의 입장에 서서 열띤 토론을 펼칠 수 없는 것이 조금 아쉬웠다.
하지만 생각을 바꿔서,
F의 마음도 공감할 수 있고
T의 논리도 이해할 수 있는
그런 '반반인간'이라고 나를 정의 내렸다.
그래서 요즈음엔 친구가
"나 우울해서 화분 샀어."와 같은 말을 하더라도
당황하지 않고 두 가지 말을 동시에 한다.
"에고... 무슨 일 있어?ㅜㅜ 근데 어떤 화분?ㅎㅎ"
치킨도 양념 반 후라이드 반이 가장 인기가 많듯이,
짬짜면이라는 음식이 그냥 탄생한 것이 아니듯이.
후라이드만 먹다 보면 목이 막히고
짜장면만 먹다 보면 속이 니글거린다.
그래서 우리네 일상에는
적당한 양념과
얼큰한 짬뽕 국물 한 숟가락이
꼭 필요하다.
뭐든지 적당히 섞인 게 가장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