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머릿속 영화관

by 여운

"어떤 글을 쓰고 싶으세요?"

누군가 물어보면 내 대답은 항상 같다.


"문장을 읽었을 때 영상처럼 머리에 그려지는 글이요."


쉽게 말하자면

가독성이 좋은 글을 말한다.


어렸을 때부터 나는 읽기 쉬운 글이 좋았다.

아무리 어려운 단어, 미사여구를 갖다 붙여도 술술 읽히지 않아

자꾸만 브레이크가 걸린다면 적어도 내게 있어서는 좋은 글이 아니었다.




소설이든, 시든, 에세이든

읽는 순간 머릿속에 영상이 재생된다고 믿었다.

어떤 영상은 버퍼링이 걸려서 조금 드문드문 나오기도,

어떤 영상은 2배속을 한 것마냥 빠르게 지나가기도 한다.


그리고 같은 글을 200명의 사람이 본다면

200개의 다른 영상이 재생된다.


내 글을 읽고

누군가는 하품을 하는 이도 있을 것이고

누군가는 눈물을 흘리는 이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읽는 사람에 따라 달라지는

그 다름이 좋다.


내 글을 읽은 사람들에게 각기 다른 스크린이 재생되기를,

엔딩 크레딧이 다 올라갈때까지 기다렸다가

퇴장할 때엔 저마다의 감정을 가진 채

오래도록 여운을 남길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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