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식의 무서움

지난밤 꾼 이상한 꿈들 모음집

by 여운

2025.08.20

정확히 지난 새벽에 꾼 세 번의 이상한 꿈들이다.

보통 깨고 나면 금방 잊어버리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 것들은 연달아 악몽이어서 그런지

아직 기억이 선명하다.




첫 번째 꿈,

누군가 모르는 사람이 나를 마구 때렸다.

한 두 대 때리는 것도 아니라

인정사정없이 두들겨 팼다.


나는 땅에 몸을 새우처럼 말고 필사적으로 방어했다.

문득문득 보이는 가해자의 얼굴은

처음엔 모르는 사람이었다가 가족의 얼굴로 변했다가

다시 모르는 사람이 되었다가를 반복했다.


'내 주먹 한 방이면 네 머리에 바로 구멍이 날걸.'

그 사람은 듣기에도 거북하고 무서운 말을 하며

마지막으로 나에게 일격을 가하려 했다.

그때 있는 힘을 다 짜내 외쳤다.

'그만하라고 알겠으니까.'


육성으로 그 말을 뱉으며 눈이 번쩍 떠졌다.

내가 말하는 소리에 놀라 깬 것이다.

깨고 보니 한쪽으로 누워있느라 목에 담이 걸렸는지

잘 움직여지지가 않았다.

그래, 가위눌리기 직전이었구나.

휴대폰을 보니 아직 잠든 시간으로부터 1시간밖에 지나지 않았다.

자야지. 자세를 편하게 하면 괜찮을 거야.





두 번째 꿈,

동네에 비가 미친 듯이 내렸다.

거세게, 창문을 뚫을 듯이.

얼마간 시간이 지나고 밖을 내다보니 세상의 절반이 물에 잠겨있었다.

우리 집은 12층인데 땅이 보이지 않았다.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야 하는데

출구가 어딘지 찾지를 못하겠다.

밖으로 나오자 내리는 비와 식은땀이 섞여서 이마 위를 타고 흘렀다.

이제 눈물까지 섞여 흐르는 것 같았다.

으... 앓는 소리를 내며 다시 잠에서 깼다.


실제로 땀이 나고 있었다.

열대야라서 그런가 보다.

창문을 보니 당연하게도 폭풍 같은 비는 내리지 않았으며

새벽 4시의 풍경은 고요하기 그지없었다.

두 번 연속 악몽을 꾸다 보니 생각이 들었다.

그냥 자지 말까.


아냐, 내일 출근해야지.

어쩔 수 없이 나는 방에서 나와

거실의 어머니 옆을 비집고 들어갔다.

더워서 나왔냐고 묻는 물음에

왜인지 무서운 꿈을 꿨다고 말하긴 싫어서

흘리듯 으응, 대답하고는 몸을 누였다.




세 번째 꿈,

학교인 것 같았다.

내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주변 친구들이 어려져 있는 걸 보니

초등학생 즈음으로 돌아간 느낌이다.


한 아이가 별안간 두 손을 포개쥐고 내 앞에 내밀더니

윗손을 들어 보였다. 손 안에 있던 작고 하얀 쥐가

손바닥에서 빠르게 움직였다.


나는 비명을 지르며 뒤로 물러났다.

내가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건 쥐다.

동물의 카테고리에서 뿐만 아니라,

그냥 세상에 있는 모든 생물, 사물, 기타 등등을 포함해서

가장 싫어하는 것이 나에겐 쥐다.


쥐는 폴짝 뛰더니 내 몸 위로 올라왔다.

몸서리를 치며 떼어내려 했지만

너무 빨라 어디 있는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작은 것이 내 몸을 기어 다니는 느낌은 확실했다.

엉엉 울며 두 손으로 온몸을 비볐다.

제발 떨어져, 제발. 그렇게 애원하며.


그때 누군가의 말소리에 잠에서 깼다.

가족들이 대화하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렸다.

마른세수를 하며 얼굴을 쓸었다.

아직 알람 시간까지는 30분이 남아 있었다.

또 눈을 감으면 악몽을 꿀 것 같아서

축 쳐지는 몸을 손으로 마구 문질렀다.

아직도 쥐가 내 몸을 기어 다니는 느낌이 남아있는 것 같았다.




회사로 향하는 몸이 어느 때보다 무거웠다.

이제 입사한 지 갓 한 달이 지났다.

적응을 하는 덴 시간이 더 걸릴 거라고 생각하긴 했으나

그런 것 치고도 오늘은 쉽사리 정신이 돌아오지 않았다.


간밤에 표면적으로는 잠을 잔 것이지만

나는 어제, 너무 바빴다.


누군가에게 두들겨 맞느라,

폭우가 내려 잠기는 마을에서 도망치느라,

내 몸을 기어 다니는 쥐를 떼어내려고 안간힘을 쓰느라.


현재 물리적인 가정폭력을 당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지난밤에 폭우는커녕 우리 지역에 비는 한 방울도 오지 않았으며

쥐는 최근에 본 적도 없었다.

그렇다면 대체 왜.

지끈거리는 머리에 손을 짚으며 열차에 올랐다.


해몽을 굳이 찾아보지 않아도

이 세 가지 꿈이 말하는 게

뭔지는 어렴풋이 알 것 같은데,

더 생각이 이어지기 전에 눈이 먼저 감겼다.

악몽에 대한 보상으로 매번 읽는 책을 펼치는 대신

이어폰으로 귀를 막고 눈을 감기를 택했다.


그래, 꿈이 뭐 별 거라고.

꿈은 꿈일 뿐이야. 괜찮아. 괜찮을거야.

스스로를 다독이며 열차의 흔들림 속에 몸을 맡겼다.


차라리 지금 이 순간 또한 꿈이길 기도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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