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글을 쓸까
글은 정보전달의 수단이기도 하지만, 내 생각과 나 스스로를 정제하며 표현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오늘은 성인이 된 내가 왜 글을 쓰는가에 대해 적어보려고 한다. 어렸을 적 누구나 일기를 쓴 경험이 있을 것이다. 순수하게 오늘 하루 가장 인상 깊었던 점. 가장 힘든 순간들은 제목에 적고 날씨와 그날의 풍경을 적어 내려간다. 본문에 와서야 그날의 시간순별로 줄거리를 적고 내가 특별히 느꼈던 부분에는 감정표현을 쓰곤 했다. 그 일기장들은 이제 다 버렸기에 마음속에 어렴풋이 남아있다.
나는 왜 다시 글을 쓸까?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싶기도 하고 잘 보이고 싶은 마음도 분명하지만, 실은 글쓰기의 실력을 키우고 싶어서다. 나는 분명 글을 못쓰는 사람이다. 쓰고 나서도 수정을 몇 번이나 반복하는 나이다. 더해 나 스스로 글쓰기실력에 대해 많은 의심을 품는다. 어떤 글은 쓰고 나서 수정하고 싶지도 않을 만큼 오그라들기도 했다.
생각과 표현하고자 하는 걸 담담하게 써 내려가는 게 지금 내 에세이의 본질이라면, 성인이 되고 나서 쓰는 내 글은 어렸을 때와 어떤 점이 다를까? 수많은 평범한 사람들 중 하나인 나는 특별할 것이 없다. 소위 아무도 아닌 나다. 그러나 간혹 평소 고민했던 것들 스스로 한없이 의구심에 빠져있을 때, 철학과 역사로부터 우연히 얻게 된 지식들로 해방감 즐기는 시민 1이다. 아주 찰나의 시간 우연히 얻어지기도 하는 순간들 말이다.
시민 1인 나는 살아오며 보고 느꼈던 것을 타인에게 보다 더 논리적으로 설명하고 싶어서 글을 쓰고 있다. 하지만 여기엔 아직 나 스스로 풀지 못한 부분이 있다. 어렸을 적 글이라야 쓸 수 있던 순수함은 이제 사치가 돼버렸기 때문이다. 성인이 되어버린 나에게 순수함이란 무례함과 철없음으로 변모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이젠 힘듦과 좋은 순간 모두 소주 한잔으로 대체할 수는 있을지언정 타인에게 마냥 풀어내선 안된다는 것을 배우고 또 배웠다. 그러나 내 생각을 타인에게 논리적으로 풀어내는 것과, 감정을 최소한으로 하며 내 생각을 무던히 적는 것. 적어도 두 가지만은 당분간 내가 습득해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
글을 쓰기 시작하며 회사 선배에게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그도 바쁜 시간을 할애하며 내 글을 피드백해 준다. 그의 주된 논지는 타인이 보는 에세이인만큼 글쓰기의 논리성을 검토하라는 것이다. 내 의도가 어떻든간에 내가 쓰는 글은 타인이 보는 글인만큼 이해하기쉽게 써야한다는 것이다. 이는 참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일기장에나 쓸글을 타인이 보는곳에 올리는 것은 어불성설일테니까 말이다. 지극히 감사함을 느끼며, 그에 피드백에 대한 변명으로 이 글을 써 내려가본다. 계속 쓰다 보면 언젠가는 내 스타일의 글이 타인에게 부담스럽지 않으면서도 공감을 일으키는 날이 오지 않을까 기대하며.
그러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신화, 역사, 철학의 한 구절을 가져와 빗대어 표현할 수 있는 게 최선이었다. 개인 경험은 최소한으로 보이면서 내 생각을 가장 효과적으로 드러내는 방법은 이 방법뿐이었다. 일종의 비유나 은유를 적용해 보는 것. 이런저런 생각이 많이 들지만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행동하는 것이라는 생각하에 오늘도 발행버튼을 누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