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파제
나이를 물분하고 어른다운 사람이 있다. 그들은 책임감 있고 신의성실하며 차분한 면모를 가진다. 사람들은 저마다 가진 기질과 성격 그리도 태도가 다르지만 내가 공감한 참된 어른이란 방파제의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다. 매번 각기 다른 여울을 기꺼이 맞으며 버티는 방파제와 같은 이들. 이번글은 어른의 조건을 적어보려고 한다.
어른다움이란 무엇일까? 사람마다 생각하는 바가 다를 수 있지만, 분명한 건 경험하는 사건마다 흔들리고 초조해하며 감정을 다스리지 못하는 사람을 어른답다고 할 순 없을 것이다. 마치 방파제처럼 그저 아프고 쓰라리고 모질고 힘든 경험을 겪더라도 이내 이겨내는 사람들이어야 어른답다고 표현할 수 있겠다. 살면서 문득 이 방파제같은 사람들이 생각난다. 이들의 비결이 무엇이었을까.
나이가 든다고 어른일까? 내 생각은 아니다. 어렸을 적을 생각해 보면, 유아기나 초등학교 시절에 의젓하고 방파제 같은 친구들이 있다. 재미없고 정적이었던 그들은 돌이켜 보면, 어떻게 그 나이에 그런 차분함을 지녔을까 하며 새삼 놀라움을 표한다. 이 어른다움이란 나이와 관계가 없다면 어떤 조건이라야 어른일까?
어른다움을 표현하며 쓴 방파제란 단어는 내가 요즘 자주 접하는 한 크리에이터의 표현을 가져왔다. 그는 어른의 조건을 이 세 가지로 빗대었다. 첫 번째 책임감과 일관성. 어른은 약속한 바를 이루며 이행하려는 책임감을 표해야 하고, 말한 바를 일관성 있게 이행해야 한다고 했다. 어떠한 것을 한다고 했을 땐 결과를 떠나, 일단 그냥 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 인생이란 부정과 불능이 존재하는 삶이라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 우리는 우리가 마땅히 옳다고 생각했던 부분에서도 다름이 있을 수 있다는 걸 이해하고, 삶을 살아간다는 건 수많은 우연이 있을 수 있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 세상에서 나만 힘들지 않다는것을 알아야하고. 무엇보다 수많은 부정과 불능으로 인해서 원하는 바를 이루지 못한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이다. 삶은 불공평하다. 나의 기준과 생각이 항상 옳다고 생각하는 착각에 빠지지 말아야 한다. 진정한 어른이란 사리분별을 할 수 있는 지혜와 기준이 있어야 하지만, 그럼에도 나의 생각만이 옳다고 생각하지 않고 이런 다름을 받아들이는 점도 필요하다.
세 번째 그럼에도 한다는 것. 우리는 부정과 불능의 상황에 직면하면 쉬이 포기해야겠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어른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다는 것이다. 자기가 해야 할 일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다는 것. 기꺼이 일 인분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 어른이 되는 조건이라고 표현했다.
올해도 절반이상이 지나가는 이 시점에서, 우연히 어른이란 무엇일까에 대해 생각하게 된 오늘이다. 그리고 이 기준을 생각하며 내 머릿속 어른스러움이란 개념이 보다 더 명확해졌다. 위의 어른 세 가지 조건을 세 단어로 함축해 보면, 책임감 의연함 일관성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 세 가지 조건에 다다른 이는 분명 존재하지만, 이들 중 하나만이라도 이행하고 있는 이들은 분명 어른의 면모를 띄고 있다고 생각한다. 과연 나는 위 세 단어에 대해서 얼마나 다다르며 살고 있을까를 반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