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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는 나다

#우정

by 또랑쎄


남의 일을 내 일처럼 생각하고 마음을 쏟는 일은 쉽지 않다. 특히 평소에 대문자 T 소리를 많이 듣는 나로서는 더욱 그랬다. 그런 내가 요 근래 회사 신입 시절부터 친하게 지내 온 선배를 자꾸 잘사는 놈으로 만들고 싶고, 그런 마음에 엄마마냥 잔소리를 늘어놓는 내 자신을 느낀다.


어느 날, 나보다 어린 후배가 그 선배에게 예의 없게 구는 걸 보고 화가 나 당장 가서 한마디 하고 싶었다. 동시에 한편으로는 이 선배가 어디서든 다부지게 행동했으면 하는 마음도 들었다. 건강도 잘 돌보지 못하는 듯하여 결혼을 했으면 싶었고, 친구를 소개해 준 적도 있었다.


​나는 결혼을 했고 그 행복을 느끼고 있으며, 건강하고, 회사에서도 저런 불편을 겪고 있진 않다. 어느덧 나는 내가 누리고 겪는 좋은 것들을 저 선배도 동일하게 느꼈으면 하는 바람이 생긴 것이다.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친구는 또 다른 자기 자신이다"라고 하였다. 이는 단순히 친구가 소중하다는 의미를 넘어선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진정한 우정의 가치를 탁월함을 닮고 싶어하는 것이라고 했으며, 이는 곧 자기 자신에 대한 사랑에서 온다고 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자신이 행복하게 살길 바라며, 나 또한 그렇다. 그 감정을 친구에게 느낀다면 진짜 우정일 것이다.


물론 이런 손발 오그라드는 말을 그놈에게 할 마음은 일절 없다. 그저 어제의 대화처럼 "이직하지 마라. 나 심심하다." 이런 농담스러운 말을 하는 것이 전부이고 일상이다. 한참 서로 힘든 시절 소주 한잔 나누면서 창피하게도 서로 눈물을 흘리던 일, 자기 일이 아니어도 서로 열심히 알아봐 주었던 일, 이사날 두 손 걷고 도와줬던 일. 이런 것들이 이제 서로의 구분 없이 관계를 지속해 주는 힘이 되었고, 또 다른 나 자신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나의 행복을 공유하고 싶으면서도 동시에 자주 화도 나게 하는 내 친구가 한 명은 있으니, 소위 말해 어른들이 ‘성공했다’라고 하는 인생을 나는 현재 살고 있는 거 아닐까 하는 다소 부끄러운 생각을 조심스레 해 본다.


#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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