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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와테현와규 Nov 20. 2023

굳이 굳이 낭만 찾기

LA 여행 : 버스와 지하철

 뭐든 미리 조사를 하면 예측을 하고 계획을 세울 수 있다. 하지만 부정적인 후기를 맞닥뜨리면 온갖 걱정을 할 수밖에 없고 그 걱정들이 셀 수 없이 많아질수록 겁이 난다. 엘에이로 오기 전, 대중교통에 대한 나의 편견이 그러하였다. 그리고 여전히 그러한 부분도 많다.


 요즘 미국 서부지역이 노숙이나 마약 등의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다고 한다. 특히 엘에이 조금 윗지방인 샌프란시스코의 한 스타벅스매장은 노숙자가 영업에도 피해를 입힌다는 생각에 의자를 없앤다는 기사도 있었다.(뭐, 시진핑 방문 예정에 그 문제들이 단시간에 해결됐다는 기사를 봐서는 그냥 관심이 없는 것 아니었나 싶기도 하다마는.) 그리고 버스에 마약을 주사하고 버려진 바늘도 흔하다고 항상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엘에이랑 많이 먼 뉴욕의 경우는 지하철이 가난의 상징이고 노숙자들이 널려있다는 콘텐츠도 본 적이 있다. 이 외에도 수많은 글과 경험담이 있었다.


 렌트를 할까 생각을 했었지만, 국제면허를 발급받아 본 적이 없고 있다 하더라도 이 나라의 신호등 생김새도 모르는 상태에 혹시나 운전 중 실수를 하여 사고가 나면 말도 안 통하는 이 나라에서 무슨 일이 생길지는 상상만 해도 겁이 나서 포기를 했다. 나 걷는 것 좋아하니 걷기 위주로 돌아다니자고 생각했다.(이 얼마나 바보 같은 생각이었는가! 우리나라의 한 구역과 미국의 한 구역은 비교를 하면 안 된다.)

 그렇게 엘에이 공항에 도착을 했고, 엘에이 뚜벅이여행에 필수인 교통카드(Tap 카드)를 사기 위해 공항 밖으로 나왔지만 지하철역을 찾을 수가 없었다. 해당 카드는 지하철역에만 팔고 필수적이라고 했다. 공항 안으로 돌아가 직원에게 물었더니 "go outaide and take a suttle bus and then get off here(빨간색 버스 마지막 메트로 커넥터). You can see the vending machine"라고 했다. 그 말 믿고 버스 타고 내렸더니 허허벌판에 노숙자 한 명이 길바닥에서 자고 있었다. 그 어디에도 지하철역이나 판매기기는 없었고 당황하던 찰나에 숙소로 직행하는 버스가 도착했다.

빨간색이 공항셔틀이다. 나는 마지막 검은 글씨"Bus metro connector" to C-line에서 내렸다.

하는 수 없이 타서 얼마 내야 하냐고 물으며 10달러를 내밀었지만 안된다고 일단 타라고 했다. 목적지가 어딘지만 알려달라고 한 뒤 자꾸 앉으라 한다.

'아니, 돈을 내겠다는데 왜 안된다는 거지?'

 내리기 전에 다시 기사님께 다가갔더니  괜찮다고 내리면 된다고 한다. 고맙다고 말하고 그냥 내려서 숙소로 갔다.


 숙소 주변을 걸어본 결과 걸어서 여행은 불가능이라는 것을 깨닫고 탭카드를 어떻게 사야 할지 고민하다가 민박집 사장님께 여쭤봤다.


1. 버스는 거스름돈 제공이 안된다.

2. 고로 탭카드를 구매해야 한다. 그것이 편하다.

3. 세븐일레븐? 예전에 정류장 근처에선 판매했었는데 요즘은 아니다.

4. 가려는 곳 중간에 지하철역 있으니 내려서 구매해라.


 그렇게 한인타운 쪽에 잠시 내려 지하철역 안으로 들어가 탭카드를 구매했다.

아쉽게도 1일, 7일권은 안내만 있지 기계로 구매할 수 없어서 없어진 제도구나 생각하고 20달러를 충전한 탭카드를 수령했다.


 둘째 날의 일정이 끝나고 버스를 타러 가는 길이었다. 버스정류장 앞 건널목에서 신호를 기다리는데 타려는 버스 또한 신호를 기다리길래 한숨을 쉬며 '얘 떠나면 또 얼마나 기다려야 하나.' 하는 생각으로 버스를 빤히 쳐다봤다. 갑자기 버스 문이 열렸고 뭐지 싶은 생각에 버스를 타고 카드를 찍으려 하니 그냥 앉으라고 한다.

 그렇게 목적지에 도착하고 뒷문으로 내려서 앞문쪽으로 간 뒤 웃으면서 손을 흔들었고 기사님은 문을 열어 "Have a good night"라 외치고 갔다. 신기한 일이었다.


 숙소 사장님께 말씀드렸더니 생각보다는 흔한 일이라 하신다. 월급 받고 일하는 사람들이라서. 어쩐지 돈 안 내고 타는 사람들이 많더라. 뭐 어쨌든 난 기분 좋게 이용했다.


 다른 후기들처럼 나 또한 버스가 마냥 편하진 않다. 편견일지 모르지만 흑인이 8 할인 이 동네, 특히 버스 안에서 블루투스 스피커 음량을 높여 시끄럽게 이용하는 그들은 나의 기분에 위협적이다. 또한 자는 건지 취한 건지 모르겠는 사람들을 보면 갑자기 환각증세로 해코지할 까봐 무섭고 바늘 위에 앉을까 긴장하게 된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그들 누구도 유일한 동양인인 내 옆에는 앉지 않았다. 그들은 내가 더 무서운가 보다.

 긴장하고 조심하는 것은 나쁘지 않은 자세인 것 같다. 다만, '생각 보다'는 위험하지 않다는 것.

친절히 인사해주셨던 기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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