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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와테현와규 Nov 24. 2023

굳이 굳이 낭만 찾기

LA여행 : 조금의 스침도 큰 실례

 엘에이에서 여행을 하다 보면 "Excuse me."라는 말이 자주 들린다. 일본 여행에서 "すみません"을 자주 들을 수 있듯이 말이다.


 LA 여행 중 매운 음식이 너무 먹고 싶던 찰나에 떡볶이가 문득 생각이 나서 검색을 했더니 한인타운 쪽에 신전떡볶이가 있는 것을 확인하고 달려갔다. 먹고 싶은 것을 이것저것 주문한 뒤에 한국인이신 사장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어쩌다 이곳으로 여행을 왔고 노숙자들이 어땠으며 이곳과 한국의 차이점에 대해서 등등.


"전 샌타모니카 해변에서 CD를 들이밀면서 팁 요구하는 사람들이 제일 난감했어요."

"그럴 땐 그냥 무시하고 지나가시면 돼요."

"붙잡고 계속 요구하던데요?"

"붙잡았다고요? 그러면 엄청난 실례인데?"


물론 손을 대고 붙잡았다는 것은 아니었고 계속 가는 길을 막는 상황이었고 이 부분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가 한국과 미국의 인식차이에 대해 설명을 듣게 되었다.

 사실 한국은 좀 부딪힌다 하여 매번 죄송하다고 사과하지 않는다. 드라마를 보면 일부러 치고 오히려 사과를 강요하는 불량한 사람들의 모습도 볼 수 있다.

 하지만 미국은 조금만 스쳐도 실례이고 일부러가 아니더라도 무조건 "Excuse me."라고 말을 한다. 발을 쭈욱 내밀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민폐승객의 발에 걸렸어도 걸린 사람이 죄송하다고 말을 한다. 어떠한 형태든 조금의 스침만 있더라도 죄송하다 이야기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큰 싸움이 될 수도 있다고 한다. 사장님의 경우도 한국에서 누가 쳤는데 그냥 지나가서 화를 낼 뻔한 적이 있다고 하셨다.  


문득 오늘 아침 나에게 배가 고프다고 먹을 것을 사달라던 노숙자에게 가방에 있던 사탕을 줬던 것이  떠올랐다. 그때 내 손과 본인 손이 닿지 않게 하려고 비닐봉지를 내밀었고 거기에 사탕을 올려달라 했다. 배가 고프다며 현금이 없으면 눈앞에 있는 맥도널드로 가서 먹을 것을 사달라는 사람치고 나와의 부딪힘을 피하는 모습에 '이것이 인종차별인가?'라는 생각은 큰 착각이었다. 미국식 매너였던 것이다.

 버스나 지하철에서는 내리는 사람이 완전히 내릴 때까지 부딪히지 않도록 타려는 사람들은 길을 터준다. 조금도 닿지 않도록 말이다.


  이런 부분은 우리나라가 배워야 할 문화라 생각한다. 지하철이나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지도 않았음에도 타려고 밀고 들어오는 탑승자들 그로 인해 부딪혀놓고 오히려 상대방을 노려보는 경우. 좌석에 선이 있는데도 그 선을 넘어 나를 움츠러들게 하거나 다리를 벌려 피해를 주는 경우. 개인적으로 불특정인과 조금의 접촉도 불편해하는, 스킨십 자체를 싫어하는(너무너무 친한 사이 제외) 나는 미국의 인식이 참 부럽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아, 미국은 대중교통이 매우 매우 시끄럽다. 블루투스 스피커, 고래고래 지르면서 통화하기, 영상시청, 온몸을 긁어대는 사람 등등.

우연히 들어온 한 마을. 내가 생각했던 미서부는 이런 곳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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