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TI가 정확하진 않다 하더라도 극강의 J인건 확실한 나에게 출발 열흘 전 급작스런 예약이란 것부터 이미 나의 성격과 맞지 않았다. 하지만 교대근무 끝물인 요즈음 외국 다녀온 후 출근 그거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굳이 21일 07:15 부산발 후쿠오카행 비행기를 예매했다. 내일 돌아온 뒤 바로 출근준비를 해야 하는데 연착의 위험도 있다. 뭐, 솔직히 말하자면 다른 안전한 날짜들을 고민하다 합리적인 가격의 표들을 다 놓친 탓도 있다. 아무튼 교대근무의 묘미라는 핑계로 간다.
7:15 출발이라 하니 적어도 6:15에 수속을 마쳐야 하는데 참 여러 가지가 날 돕지 않는다.
1. 오늘따라 비가 너무 온다. 내가 여행 가는 날에 비가 이렇게까지 온 적이 있던가? 김해공항은 지형 특성상 안개가 잘 껴서 이착륙이 안 되는 경우가 잦은데 나도 그럴까 봐 불안하다.
2. 집 앞 첫 지하철인 5:25분 차를 타기 위하여 내려가니 역사무실에서 불을 꺼버린다. 기분이 좋지가 않다. 분명 직원분이랑 눈이 마주쳤는데 왜 끄십니까.
동해선 벡스코역에서 2호선을 타러 가는 길.
3. 1시간 안에 도착할 자신이 없어 불안한 마음에 택시로 갈아탔지만 새벽부터 평범하지 않은 교통체증이 잦다.
4. 모바일탑승권 발급 후 좌석 변경을 위해 취소했더니 재발급이 안된다. 간발의 차이로 모바일탑승권 발급시간을 놓쳤다. 탑승 1시간 반 전이 아니면 발급이 안된다고 하는데 싸하다.
5. 6시 18분에 셀프 체크인을 하는데 출발시간으로부터 1시간이 안 되는 시점이기에 항공사 측에서 마감을 했었다. 하지만 체크인 화면에 예약내역이 떴고 확인 없이 발급을 받았다. 수화물 검사까지 다 하고 보딩시간을 기다리다가 표를 가만히 쳐다보니 내 표가 아니다. 13:05분, 즉 5시간 뒤에 출발하는 표이니 내 건 아니다.
5번은 아주 심각한 일이다. 다행히 늦지 않게 확인했고 여권인식이 완벽하지 않아 동명이인을 체크인기계에 띄웠다고 한다. 그렇다면 여권번호가 분명 달랐을 텐데 통과를 했다? 기계도 완벽하진 않구나.
시작부터 잘 안풀리니 너무 급하게 진행한 탓이라는 핑계를 댄다. 힘겹게 탑승을 했다마는 과연 이번 짧은 여정 무사히 끝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