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크프루트 스탑오버 5(그래도 약속시간은 잘 지켜줬다.)
그래도 잠은 꽤 잘 잤던 것 같다. 세상 고요하고 차가운 그 독일의 마을에 있는 오래되고 낡았지만 그래도 정갈했던 4평 남짓한 호텔방에서 그래도 벽으로 외부와 단절된 혼자만의 '안전한' 공간이라고 편했나 보다. 사실 잠들기 전에 감기에 걸릴까 봐 꽤나 걱정했다. 여행 중에 아프면 얼마나 서럽겠나 싶어서 비상약과 수면에 좋다는 영양제를 먹고 잤더니 적막하고 매정하게 느껴졌던 공간이 고요하고 편안했나 보다.
짐을 다시 정리하고 건물 밖으로 나왔더니 흩뿌리던 비는 사라지고 구름만 잔뜩 껴있었다. 내가 너무 유럽의 지리를 모르고 왔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집으로 돌아가면 유럽의 지리와 역사를 조금 더 조사해서 여행을 해야겠다고 다짐하며 호텔 프런트로 향했다. (곧 죽어도 다시는 여행하지 않겠다는 생각은 안 한다.)
평생을 여행해도 적응하기 힘들 이 호텔의 시스템(프런트 따로, 방 따로) 덕에 그래도 새벽에 제대로 보지 못했던 마을을 걸으며 둘러볼 수 있었다. 지붕이 뾰족한 집들은 옹기종기 모여있는 듯했지만, 은근히 서로 간에 거리를 두고 있었다. 그렇다고 미국 영화에서 볼법한 굉장한 '거리두기'를 하지는 않는 느낌이기도 하고... 하긴 유럽이랑 미국은 너무나도 다른 퍼스널리티를 갖고 있지? 어릴 적 외국, 외국인 하면 무조건 미국 그리고 노란 머리와 파란 눈이라 주입식으로 익혀졌던 것들이 여전히 나의 뇌 깊숙한 곳 어딘가에 남아있다는 사실이 소름 끼쳤다.
체크아웃을 한 뒤 다시 셔틀을 타고 공항으로 향했다. 프랑크프루트 중앙역 근처에서 하루 숙박할 예정이었기에 일단 그곳으로 향해야 했다. 아직 숙소를 정한 것은 아니었지만, 나름 독일의 큰 공항이 있는 도시는 얼마나 거대할까 싶은 생각에 프랑크프루트에서 남은 시간을 보내는 것에 다시 설렘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한 공항에 내리니 바로 눈앞에 버스티켓을 판매하는 부스가 있었고 직원에게 물어보니 30분 이내에 버스가 출발한다고 했다. 한 공항에서 '마인츠 중앙역-암마인 공항- 프랑크프루트 중앙역' 순으로 운행을 한다고 하여 바로 티켓을 예매했다.
티켓을 예매하고 공항 안으로 들어가 문을 연 카페에서 블루베리 머핀과 에스프레소를 주문했다. 어제까지 이탈리아에 있었단 이유로 괜히 그곳의 음식들과 비교하게 되었다.
'에스프레소는 이것보다 더 저렴하고 향긋했는데... 블루베리머핀은 왜 비싸기만 하고 말라비틀어져 있는 것이며...'
불만이 있는 듯 없는듯한 비교, 그리고 이탈리아에서 매일 겪은 버스 기차 지연 등을 여기서 똑같이 겪으면 어쩌나 하는 불안한 생각을 뒤죽박죽 하다 보니 어느새 버스 탑승시간이 되었고, 밖으로 나가니 2층버스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2층버스는 처음인데, 우와~ 게다가 정시 출발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