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크프루트 스탑오버 6(한 때는 상상 속 파라다이스였던 독일)
30분만 늦으면 '감사합니다'라고 절을 해야 하는 이탈리아에서(다 좋았는데 대중교통에 정말 불만이 많았던 나였다.) 이리저리 고생을 하다 정시출발은 당연하고 이른 도착을 해주는 독일의 대중교통은 사실 나에게 굉장한 좋은 인상을 남겨줬다.
이탈리아가 싫어서가 아니다. 정말 대부분 다 좋았다. 하지만 버스 연착이 너무 당연했던, 구글맵만 믿고 여행했던 나에겐 굉장히 아쉬움이 많이 남는 부분이었다. 분명 10분 있으면 도착한다는 버스가 20분, 30분이 지나도 도착을 하지 않으니, 게다가 버스정류장의 QR코드를 통해 접속한 대중교통 홈페이지는 더 절망적이었어서 유럽의 여행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굉장히 세게 자리 잡게 되었다. 물론 동아시아의 한국, 중국, 일본이 완벽하게 다른 시스템을 갖고 있듯이 이들이 같은 EU소속의 국가들이라 하더라도 그 시스템은 분명 다를 것이지만 여행자의 입장에서는 '유렵은 다 같은 제도를 갖고 있을 것이다.'라는 생각이 있다 보니 당장도 힘들었고 앞으로 일어날 대중교통의 문제에 대해 상상하다 보니 더욱이 스트레스였다. (이 문제로 친구와 싸우기도 했다.)
하필 나의 여행기간 동안 일상적인 대중교통 문제와 더불어 이탈리아의 대중교통 노조 파업문제 때문에 기차를 2시간 이상 기다리다가 결국 주변에 다른 여행객 와 택시 비용을 반으로 부담하여 탑승할 정도로 너무 고생을 많이 했던 나로서는 는 불신이 가득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 유럽은 노동조합(노조)의 힘이 굉장히 강하다고 들은 기억이 있다. 물론 무조건적으로 강한 것은 아니지만, 노동자의 권리가 굉장히 강하게 요구되다 보니 파업이 잦고, 그것이 고스란히 고객(혹은 승객, 이용자)에게 전가된다는 것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그것이 내가 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었다.(아, 내가 여행하던 당시에 '우리나라의 기상청과 같은 느낌의 버스시간표', 노조 파업, 팔레스타인 strike의 3중 악재가 겹쳤었다.)
이런 나에게 당연한(?) 버스 혹은 기차의 정시 출발은 정말 소중했다. 너무 엉망진창인 상황을 자주 겪다 보면 당연한 것이 당연하지 않게 느껴진다.
그렇게 도착한 프랑크프루트는 정말 상상을 초월하는 곳이었다. 유럽여행을 위해 많은 항공편이 환승을 하는 만큼, 뭔가 많은 여행자들의 에너지를 느낄 수 있을 줄 알았다. 한 공항에서 출발하여 버스를 타고 2시간가량을 달려 도착 프랑크프루트 중앙역은 길거리에 수북하게 쌓인 담배꽁초만큼 공기도 뿌옇고, 뭔가 불안함이 느껴졌다.
'맥주의 기원인 독일이고, 독일의 큰 도시라며...'
호텔로 향하는 길에 상당히 많은 노숙자들이 침을 뱉거나 쓰레기통을 뒤지고 있었고, 그들을 보면서 회의감이 느껴졌다.
문득 첫 LA여행이 떠올랐다.
'아메리칸드림 이래서 설레는 마음으로 첫 여행했던 미국의 도시 LA에서는 마약쟁이들이 바지를 벗고 다니고, 한 발짝만 움직이면 '돈이 없으니 1달러를 주세요'라며 달려드는 모습에 굉장한 현타가 왔었지. 그곳과 이곳이 뭐가 다르지?'
프랑크프로트 방문 전 친구가 그런 말을 했다.
'스탑오버라 어쩔 수는 없지만, 프랑크프루트에 뭐가 있어?'
사실 나는 맥주만 있으면 된다는 마음으로 긍정의 힘을 가득 장착하고 갔었다. 하지만 노숙자들과 홍등가(독일 매춘거리를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를 발견한 순간 나의 마무리가 여엉 행복할 것 같지 않다는 기분이 들었다.
맥주를 좋아함으로 부족해서 사랑하는 나의 입장에서 맥주의 기원이라 생각하는 첫 독일의 느낌은 여러모로 나에게 슬픈 인상만 안겨주었다. 힘들게 발견한 한식집도 쓸쓸해 보였고, 길거리의 맥주집은 나를 반겨줄 것 같지 않다는 생각에 프랑크프루트 중앙역사에 있는 파울라너 맥주 펍으로 향했고, 용기 있게 맥주를 주문했했다.
그렇게 나의 첫 '독일맥주'는 나의 우울, 실망감과 함께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