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첫 목욕탕 방문
해외여행에 물고를 트고 난 뒤로 참 많이 돌아다녔다. 그중에서 적은 휴가 사용과 합리적인 가격으로 여행이 가능한 일본은 정말 많이도 갔었다. 지역별로 합산하여 10회 이상을 갔으니 말이다. 하지만 단 한 번도 대중목욕탕을 간 적이 없었다. 아, 수학여행 때 1박 숙소가 료칸이었어서 그건 제외하고. 사실 수학여행이야 함께 갔던 학교 친구들이 숙소를 거의 대관한 입장이었기에 딱히 별 생각이 없었지만 개인적인 여행에서 목욕탕을 갈 생각을 하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항상 숙소가 (비즈니스) 호텔이었기에 필요성을 못 느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번 급작스런 24시간 후쿠오카 여행에서는 도저히 호텔을 잡을 수가 없었다. 겨우 24시간을 놀러 가는 것일뿐더러 짐이 많지도 않고 더욱이 아침 첫 비행기를 타고 돌아와야 했기에 호텔에 오래 머물 일이 없었다. 그리고 1박 단위로 예매하면 은근히 비싸다. 워낙 가성비를 따지는 나로서는 용납할 수 없는 상황이다. 숙박에 대해 고민을 하다가 생각났던 곳이 '게스트하우스'였다. 제주도 여행과 유럽여행 때 이용했던 게스트하우스는 생각보다 편했고 가격도 합리적이었다. 숙박 가격은 해결이 되었지만 일본은 전반적으로 작은 구조이기에 게스트 하우스 내의 화장실 또는 욕실이 불편하지 않을까 고민을 했다. 겨우 하루인데 씻지 말까?라고도 생각을 했지만 이 꿉꿉한 날씨에 그건 도저히 용납이 안되어 목욕탕을 가기로 결정했다. 게스트하우스 사장님께 미리 근처에 대중목욕탕이 있는지 여쭤본 뒤 이것저것 씻을 것들을 챙겼고 후쿠오카로 향했다.
하루 종일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맞은 보슬비로 인해 한껏 찝찝해진 나는 게스트하우스 근처 목욕탕으로 향했다.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목욕탕의 입구는 한국과 별반 다를 것이 없어 보였다. 다만 내가 갔던 곳은 호텔이 운영하는 곳이었기에 조금 더 고급스러운 느낌이었다. 직원의 안내를 받고 키오스크로 가서 입장권과 수건(타월) 이용권을 뽑았다. 타월을 200엔(약 2000원)이나 주고 빌려주는 게 조금 야박해 보였다. 한국에서는 그냥 빌려주는데, 뭐 더 깨끗하게 관리하겠지?
드라이기를 다이슨제품을 쓴다던가 기초화장품정도는 비치해 둔다던가 하는 부분은 목욕탕을 운영하는 주인의 취향인 것 같다. 다만 일본 목욕탕을 이용하면서 느낀 한국과의 가장 큰 차이점은 '냉탕'의 유무와 '아주머니들'이었다. 한국은 기본적으로 온탕과 냉탕이 공존하여 번갈아 이용하는데 일본의 목욕탕은 온탕만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오랜 시간 목욕탕에 머무르는 사람을 볼 수가 없었다.
'중국에서 쪄 죽어도 차가운 음료는 마시지 않는 거랑 같은 느낌인가?'
또한 한국에는 아주머니들끼리 삼삼오오 모여 앉아 이야기를 나누거나 음료를 나눠마시는 모습을 목격하기 쉬운데 여기서는 안에서 음료를 팔지 않을뿐더러 아주머니 단체(?)를 발견할 수가 없었다. 사실 제일 걱정했던 부분이 이것이다. 말이 안 통하는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이야기하면 괜히 주눅이 든다. 심지어 '칸-코쿠진(한국인)'에 대해 자주 언급하는 한 아주머니로 인해 살짝 긴장한 상태였다. 조용한 분위기의 목욕탕 덕분에 한 시름 놓고 편하게 씻었다. 나도 참 긴장할 일도 많다.
솔직한 입장으로 더운 여름에 냉탕이 없는 것은 매우 매우 아쉬웠다. 반면에 월목욕을 하는 아주머니들의 모임장소로는 적합하지 않은 일본의 목욕탕은 외국인의 입장에서 편했다. 한국에서도 사실 목욕탕을 방문하면 목욕탕을 이용하는 전반적인 과정에서 불편함을 많이 겪는다. 결국은 내가 원하는 시간이 아닌 조용한 시간을 찾아가야 한다. 하지만 이것은 일회성으로 이용하는 내향형인 나의 입장이고 나와 다른 사람들은 너무 조용한 일본의 목욕탕이 재미없어 보이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해봤다.
분위기나 문화야 어찌 됐든 목욕탕에서 씻는 것은 항상 개운하다. 첫 해외 목욕탕을 방문하였고 무탈히(?) 잘 씻고 난 뒤 마신 생맥주는 정말 맛있었다. 역시 맥주는 땀 흘리고 난 뒤에 마셔야 제맛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