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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굳이 낭만 찾기

관심 1도 없던 불꽃축제 그리고 버드아일랜드

by 이와테현와규

2023.11.04일 어제, 광안리에서 불꽃축제가 있었다. 사실 평소에 인파가 몰리는 곳을 좋아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중학생시절 그리고 사회초년생 시절 이미 불꽃축제를 볼 만큼 봤고 굳이 사람들 사이에 끼여서 갑갑해하며 볼 만큼의 가치가 있나? 하는 생각뿐이었다.


아버지가 건설회사에서 근무를 하고 계신데, 현재 공사 중인 아파트가 거의 완공이 되어가고 있다. 그 아파트는 광안리 해변과 광안대교가 다 보이는 아주 전망 좋은 곳에 위치해 있고 다른 건물들의 시야방해 없이 우뚝 서 있다. 그래서 아버지는 최근 몇 년 동안 불꽃축제를 현장에서 불편함 없이 편하게 직관하셨다고 한다. 곧 완공이 되고 올해 말 분양이 시작되면 공사현장이 아닌 누군가의 주거지가 되기 때문에 이 좋은 곳에서 볼 수 없다고 한다. 평소에 관심도 없던 불꽃축제가 갑자기 보고 싶어 져 출근하신 아버지께 전화하여 여쭤봤고 허락을 받은 뒤 현장으로 달려갔다.


협성아파트뷰.jpg 곧 완공될 아파트의 38충 뷰.

거의 매일 아빠의 공사현장 이야기를 들었던 덕(?)에 여러 문제가 되고 있는 아파트 건축 과정의 문제들(순살, 인분 등)은 남의 이야기라고 여겨졌던 이 아파트에서 살고 싶다는 이야기는 자주 했었지만 그만큼 분양가도 만만치 않다고 들었기에 '그사세'아파트라고 생각했다. 이번에 직접 가서 보니 너무 좋아서 또다시 마음속으로 욕심을 부리게 된다. 나의 연봉으로는 택도 없는데 말이다. 아무튼 그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화려한 광안대교와 반짝이는 광안리 해변이 한 번에 보이는 전경을 보다 보니 문득 올해 초에 다녀온 사이판이 생각났다.




"여기가 한국이었으면 저기 호텔 하나 지었을걸?"


4월에 친구가 사는 사이판을 놀러 갔을 때의 일이다. 나는 3교대를 하던 시기였다. 나름 연차 신청을 한다고 했지만 왜 때문인지 쉬는 날이 거의 없었고 몸이 엉망진창이 될 정도로 힘든 시기였다.(교대가 끝나고 통상근무자가 되고 나니 연차가 너무 많이 남아서 놀랐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오죽하면 사이판 비행기 편까지 취소하려고 했었다. 하지만 나 때문에 연차를 썼다는 현지인 친구에게 미안해서 그러지는 못했다. 그곳에 가면 그냥 바다에서 스노클링을 하면서 해변가에서 뒹굴거리면서 잠만 자다가 돌아와야겠다는 생각으로 갔지만, 그래도 이왕 사이판까지 갔는데 관광지 찍먹이라도 해야 하지 않겠냐는 현지인 친구의 제안에 이곳저곳을 드라이브하기 시작했다.

우리가 도착한 곳은 <버드아일랜드>라는 섬이었는데, 섬의 형태? 해변가의 지형이 새가 나는 모습 같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

버드아일랜드.jpg 버드 아일랜드. 당장 뛰어들고 싶은 깨끗함이다.

너무 광활하고 아름답고 뭐라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멋있어서 입이 귀에 걸린 채로 사진을 찍고 있으니 친구가 저런 말을 했다.

"한국은 자연을 그대로 내버려 두는 편이 아니지. 저기 절벽 위에 호텔 하나 세우고 그 주변으로 맛집이 생길 테고..."

그러네? 해운대 해변가 기준으로 비슷한 각도에 달맞이길이라는 부산의 관광명소가 있는데 절벽을 따라 호텔도 있고 아파트도 있고 공원도 있고 다양한 맛집도 있고, 없는 게 없다. 그곳이 만약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았으면 이런 모습과 유사하지 않을까?




적당히 높은 곳에서 광안리를 바라보니 탁 트여있는 전경도 좋았고 눈앞에 반짝이는 모든 것이 좋았다. 아마 불꽃축제 때문에 평소보다 더 많은 곳에서 불을 켜서 더 화려하게 느껴졌을지도 모르지만 아무튼 좋았다. 사실 사람 많은 곳을 싫어하여 관광지를 피하는 편이었는데, 그래서 ascpi라는 미국 병리사 시험을 치면 나도 밀도 낮은 미국령의 섬나라로 가고 싶다는 생각도 아주 가끔은 했었다. 물론 영어실력이 여엉 엉망이라 무리다.


사이판은 너무 인적이 드물어서, 너무 자연 그대로라 좋은데 위화감이 들기도 한다. 나도 결국 자연의 일부인데 "와, 물 진짜 깨끗하다. 들어가고 싶은데 들어가도 되려나?" 반면에 광안리는 너무 화려하고 눈이 부시며 거의 매일이 북적이는데 그래서 피하게 되는데 "조깅하고 커피 한 잔 마셔야지."라는 생각이 들면 쉽게 달려갈 수 있는 곳이다. 뭔가 가고 싶은데 선뜻 닿기 힘든 곳과 피하면서 쉽게 가는 곳, 사이판과 광안리.


사이판은 섬주민 전체가 스스로가 주체가 되어 섬을 지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고 한다. 너 나 할 것 없이 스스로 쓰레기를 줍고 바다를 청소하며 자연경관을 해치지 않게 하려고 함부로 뭔가를 짓지 않는다. 하지만 이곳은 너나 할 것 없이 좋은 곳만 발견하면 사업구상부터 하게 된다. 생각해 보면 후자에 대해 상당히 부정적이면서도 나도 모르게 따르고 있고 이미 충분히 스며들었다. 동경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위화감을 느끼고 있고 말이다.


몇 달 전까지는 우리나라의 무분별한 개발에 부정적이었는데 조금 다른 생각이 들었다. 부정적이라서 내가 그걸 이용하지 않는 것은 아니니까. 충분히 화려하지만 더 화려하게 꾸며서 많은 관광객들을 모으고 있는 광안리에서 진행된 불꽃축제에 내가 낸 세금도 들어가 있으니 이 순간 만큼은 깊은 생각 대신 눈앞에 보이는 것을 즐겨본다.

불꽃.JPG 사진이 취미인 친구에게도 명당을 공유한 덕에 이런 멋진 사진을 얻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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