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사를 시작하다.

꾸준한 사람만이 기회가 왔을 때 잡을 수 있다.

by 아드레맘

나는 뜨개 강사로 현재 외부 출강을 나가고 있다. 그중에서 올해 초부터 꾸준히 나갔던 곳이 있었는데 어떤 수업보다도 부지런한 수강생분들이 모여 계시는 그런 곳이었다. 아파트 안에 있는 도서관에서의 수업이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아이들의 작품도 곳곳에 전시가 되어 있어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그중에서도 어떤 그림(?) 글(?)이 섞여있는 작품에 눈이 번쩍 떠졌다. 글씨가 너무 예쁘다 못해 반듯하고 컴퓨터에서 보던 글씨 같았기 때문이다. 완벽한 내 스타일이었다. 도서관 관장님께 이 작품은 어떤 아이가 만든 거냐 물어보았는데 아이가 아닌 현재 함께 수업을 듣고 있던 수강생분의 작품이었다. 아이의 작품이어도 놀랄 노자였는데... 나보다 나이가 많으신 수강생분의 작품이란 말에 더 깜짝 놀랐다. 내가 글씨체가 안 이뻐서... 편견일 수도 있겠지만 절대로 저 글씨는 성인의 글씨란 생각을 해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난 너무 궁금했다. 어떻게 하면 저런 글씨체가 나올 수 있는 것인지.. 캘리그래피를 하셨다고 했는데 혹시 그걸 하면 나도 저 글씨체가 될 수 있는 걸까? 그럼 오늘이라도 당장 배워야지 라며 이런저런 생각이 내 머릿속에 가득 찼다. 수업이 시작하고 그 수강생분이 오셨을 때 난 궁금함에 속사포처럼 질문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수강생의 답변은 의외로 심플했다.


" 중학교 때부터 글씨체예요. 따로 배우거나 연습한 건 없어요. 그냥 그때부터 저 글씨체였어요."


그랬다. 캘리도 아니었고, 다른 무언가를 배운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 저런 글씨가 나온 것이었다. 아휴... 난 안 되겠구나 라는 생각에 아쉬움이 남았고 그렇게 뜨개 수업을 시작했다. 9월 마지막 수업일에 함께 점심을 먹었는데 그때 그 수강생이 운영하고 있는 필사모임이 있는 걸 알게 되었고, 지난 기수가 그 주에 마무리가 된다는 얘기까지 듣게 되었다. 같이 하고 있는 다른 수강생분에서 이거 하면서 글씨체가 이뻐지셨어요?라고 물어봤고, 엄청난 변화는 아니지만 그래도 매일 필사를 하니 글씨체가 많이 좋아진 거 같다는 희망적인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아! 이거구나^^...


아파트 안 엄마들의 모임이지만 혹시 함께 할 수 있는지 물었더니 흔쾌히 함께 하자며 너무 좋다고 얘기하셨다. 그렇게 난 10월부터 필사모임을 시작하게 되었다. 필사 모임 시작 전 모임장이 올려준 몇 권의 책중에 투표로 한 권의 책을 정한 후 모임원 중에 사다리 타기로 한 명을 뽑아 100일 동안의 분량을 정해주고 밴드에 주말 포함 매일 필사를 해서 올린다. 혹시나 빼먹는 날이 생기면 벌금이 있어 그 벌금이 모여 종강파티 때 선물이나 음식을 마련해 함께 파티를 한다고 한다. 모임장만 이끌어가는 게 아닌 함께 하는 모임원들도 참여할 수 있고, 벌금이라는 약간의 강제성도 있으니 더 열심히 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 책은 내가 좋아하는 장르의 책이 아니어서 아마 필사가 아니었으면 쳐다도 안 봤을 부류라 그런 부분에서도 좋았다. 처음엔 뜨개라는 수업의 강사와 수강생으로 만났는데 지금은 필사모임의 모임장과 모임원으로 인연을 이어가게 되었다.

아마... 내가 몇 권의 책을 필사한다고 해서 부러워하고 닮고 싶은 글씨체는 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꾸준히 쓰다 보면 지금보다는 조금은 나은 글씨체가 되어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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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엄마가 항상 그런 말을 하셨다.

꾸준히 노력하는 사람만이 어떤 기회가 왔을 때 잡을 수 있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은 기회가 아무리 찾아와도 잡을 수 없다고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의 변화가 미미하더라도 언젠가 오는 기회를.... 그리고 변화를 잡기 위해 난 조금씩 조금씩 나아갈 것이다. 언젠가는 예쁜 글씨로 글을 쓰는 그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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