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의 글쓰기를 다짐하며 설레는 맘을 품고 잠자리에 들었는데 내 삶에 크고 작은 순간들이 튀어나와 결국 새벽까지 잠을 이루지 못했다. 카페인 과다섭취 날이라 더 잠이 안 왔지만 카페인과 글쓰기의 설렘으로 내 심장은 난리도 아니었다. 대장장이가 왔던 거 아니고?
사실 지난주까지만 해도 나의 하루하루는 기다림의 연속으로 굼벵이같이 더디게만 가는 듯이 이 시간의 흐름을 답답해하며 매일을 보냈다.
뭔가를 강렬하게 기다리며 기대한다는 것의 어려움. 그 힘듦. 그 희망고문의 시간이 끝나고 일상을 살아가는 내게 어젯밤은 내 시계가 두 배 속도로 돌아가는 듯.. 이 글도 쓰고싶고, 저 글도 쓰고싶은.. 넘쳐나는 카페인빨 아이디어와 순간의 기억들이 담긴 에피소드를 작성할 생각을 하니 괜히 바빠져 시간에게 조그만 천천히 가달라 부탁하고 싶었다.
나는 클래식 음악 전공자였다.
그야말로 기계같이 똑같은 박자를 "따-따-따-따" 움직이는 메트로놈은 연습시간에 꼭 필요한 아이템이었다. 연습을 하다보면 이 친구는 빨라졌다 느려졌다 속도가 제 맘대로 변한다. 어이없어하는 내 눈앞엔 로봇기계같이 움직이는 메트로로놈이 있다. 냉철하고 차가운 그 반복되는 박자앞에 줏대없이 흔들리는 건 나였다. 나의 테크닉부족 연습 집중구간이었다.
때로는 이 시간도 냉철하고 차가운듯 째깍째깍 한치의 오차없이 지나가버리지만, 그 오차없는 시간의 지남으로 힘들고 죽을 것 같았던 옛 시간들도 지금은 웃으며 기억할 수 있는 마음으로 나를 따뜻하게 안아준다.
본격적으로 독서를 시작한지 1년반. 독서에 관한 책이 이렇게 많은지도, 이렇게 재미있을지도 몰랐는데 꽤나 흥미롭고 재미있다. 언젠간 시작할 나의 글쓰기를 기대하고 응원하는 마음으로 사다 날라놓은 글쓰기 관련 책들. 은유 작가의 '글쓰기의 최전선'을 읽고 있는데. 와 이건 신세계.
단순히 글을 쓰는게 아니라, 글을 쓰기위해 나의 생각, 삶을 돌아보고 어떠한 단어를 사용하여 나의 마음에 가장 근접한 표현을 할 수 있을까 등
생각하며 내 삶을 자연스럽게 이해하고 다듬는 이 과정이 생각보다 꽤나 즐겁고 행복한 것임을 느꼈다. 나는 늘 열정은 가득하지만, 길고 꾸준히 성실하게 하지 못하는 성격이라 걱정도 되지만 천천히 돌아보며 기록하는 이 시간의 행복감을 완전히 누리며 노력해봐야겠다. 뭐든 할 수있는 지금 해야해. 언젠간 일할수 없는 밤이 반드시 찾아오기 때문에.
본격 글쓰기에 임하는 각오와 나만의 법칙을 정리해보자.
1. 의식하지 말고 기록하자. 일단 비공개로 작성하는 마음으로 날 것 그대로 솔직하게 기록하고 남기기.
2. 형식에 얽매이지 말자. 내가 전문가도 아니고. 뭔가 멋지고 대단하게 표현해야 하는거 아닐까. 이런 부담 갖지말자.
3. 순서는 마음대로. 올해 초에 글쓰기를 잠깐 시도했다가 포기한 이유. 삶의 순서대로 기록하려니 시작하기 전부터 뭔가 탁 막히는 기분이었다.
난 P. 대문자P. 순서와 규율에 너무 얽매이지 말자. 생각나고 기록하고 싶은대로 남기자.
4. 글쓰기의 목적이 무엇인가? 내 마음 중심에 있는 그 목적을 늘 기억하며 기억하자.
평소에 생각이 많고, 사색하기 좋아하는 나. 많고 많은 나의 생각들을 하나 둘 천천히 기록해보자.
시작이 반이라고. 기분이 너무 상쾌하고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