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잘못이 아니다(2)
편히 쉴 수 없는 사람들
내가 과거에 대한 후회 때문에 무엇이든 과도하게(어쩌면 강박적으로) 애를 써왔던 것을
"인지"하게 된 것은 혈액암이 준 선물이기도 하다.
내 "인지"의 경험은 나와 비슷한 상처를 가진 주변사람을 알아보게 한다.
A는 회사 내에 계약직 팀원 때문에 고민을 하고 있다.
그 직원을 잘라야 하는 가에 대해서 고민을 하다가 대상포진에 걸렸다.
해당 직원이 다른 팀원들과 끊임없이 트러블을 일으키고 거짓말을 반복하기 때문이었다.
A는 그제서야 문제 직원의 레퍼런스를 확인했고 이미 그가 앞선 직장에서 같은 문제로 권고사직 당했음을 알게 되었다.
그는 직접 서류와 면접을 본인이 확인해서 뽑은 직원을 내치고 싶지 않다고 했다.
자신이 어떻게 하면 그 직원의 문제점을 고칠 수 있을까 수 없이 고민하였다고 했다.
실은 A에게는 먼저 떠나보낸 자식이 있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간병했지만 자식은 먼저 하늘나라로 가고 말았다.
A는 최선을 다 하지 못했기 때문에(더 좋은 병원을 찾아가지 않아서, 더 돈을 쓰지 못 해서) 자식을 잃은 것은 아닐까 마음이 무겁다고 했다.
또, 어린 직원들을 보면 떠나보낸 자식이 떠올라서 냉철해지지 못하는 것이었다.
오래 근무해 온 다른 직원들이 곧 그만둘 지경에 이르러서야,
본인이 대상포진이 몸에 넓게 퍼질 지경이 되어서야,
그 직원을 내보내겠다는 결정을 하게 되었다.
스트레스는 이미 극한까지 받아서 몸에 병으로 나타날 때까지 고민을 한 것이다.
B는 배우자의 죽음을 3년째 괴로워하고 있다.
그의 배우자는 외국인으로,
비교적 간단한 퇴행성 질환으로 수술을 계획하고 있었다.
그는 자기 사보험이 커버가 되는 본국에 돌아가서 수술을 받고 오겠다고 했다.
경제적인 부분과 환자 본인의 편의(병원식, 커뮤니케이션 등등)를 생각해서도 본국에서 수술을 받는 편이 좋겠다고 생각되어 본국으로 돌아갔지만 수술 후 사망하고 말았다.
B는 그때 한국에서 수술받자고 조르지 않았던 자신의 결정 때문에 배우자가 사망했다는 생각으로 3년간을 고통스럽게 보냈다.
그 후로 B는 직장생활도, 가족돌보기에도 너무나도 애를 쓰게 되었다.
2박 4일의 해외 출장도 마다하지 않고, 가족에게 필요한 일을 위해서 개인적인 시간을 모두 거기에 쏟게 되었다.
A와 B 모두에게
"너의 후회가 지금 강박적인 애씀으로 나타나고 있다."
"죽음은 너의 노력으로 변화시킬 수 없는 것이다."
라고 얘기해주었다.
그들 모두 훨 평안해지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