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센터 화재로 카카오톡 등 카카오의 계열의 모든 어플이 멈췄다. 현시점에서 대부분의 기능들이 복구되었지만 브런치는 복구되지 않았다.
통신장애가 생기기 직전, 나는 브런치에 글을 쓰고 발행을 눌러 연관 키워드를 검색하고 있었는데, 키워드를 입력하면 확인을 누를 창이 계속 사라지는 것이었다. 처음엔 내 브런치 어플에 문제가 생긴 거라고 생각해서 컴퓨터에 썼던 글을 복사해 두고 브런치 창을 닫고, 다시 창을 열어서 글을 붙였다. 그럼에도 여전히 발행을 누를 수가 없었다.
그러다가 컴퓨터로 접속한 카카오톡에서 사진 전송이 되지 않아서 로그아웃 후 다시 로그인이 안 되는 상황이 이어졌다.
처음에는
우리 집 인터넷에 문제가 생겼구나.,
라고 생각했다.
공유기를 확인하는데 아이들은 문제없이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는 것을 보고,
아닌가? 내 노트북이 문제인 건가?
하며 노트북 전원도 끄고 시간을 좀 가지려고 했다.
지역 카페에 접속했을 때, 누군가 지금 카톡이 안된다는 글을 올렸고 댓글로 화재 발생에 의해 통신장애가 생겼다고 적어놓은 글을 보고서야 우리 집만의 문제가 아님을 알았다.
이전에도 통신장애를 겪은 적이 있다.
전화업무가 주인 회사에서 모든 전화가 불통이 됐던 적이, 순간 고요했던 그날이. 그때도 화재에 의한 통신장애였고 생각보다 빠르게 복구되었다.(30분 정도였던 걸로 기억한다.) 그래서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한두 시간쯤 기다리면 되겠거니 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틀이 지난 지금까지도 일부 불편함을 느낀다.
통신장애 첫날, 카톡이 멈춰서 아이의 연락을 받지 못한 것을 시작으로 단톡에 올라와야 할 내용들을 뒤늦게 문자로 공지받거나(아마 곧 복구될 거라고 다들 생각하고 기다린 듯) 공유받을 사진을 아직도 못 받고 있는 정도. 카톡은 그래도 빠르게 복구가 되어 일요일부터는 사용되지만 사진과 동영상 전송은 일요일 늦게부터 가능했다.
사실 나는 경제적으로 당장 큰 피해는 없었으므로 카카오 통신장애가 피부로 와닿지는 않았었는데, 멜론이나 카카오스토리 T블로그처럼 일상적으로 내가 사용하던 앱 들이 하루가 지나도록 오류가 생기고 있다는 사실 하나로 꽤 무서웠다.
그래서, 이곳에 저장해둔 나의 소소한 기록들이 먼 곳의 화재 한 번에 사라질 수 있음에 무형의 기록의 힘없음에 놀라웠다.
IT강국에서 내가 일상에서 누리는, 사용하는 IT가 생각보다 많고 생각보다 안전하지 않음을 처음 피부로 느꼈다.
발행되지않는 빈 창
습관처럼 잠들기 전 브런치 앱을 눌렀지만 실행되지 않았고 오늘 아침 접속되는 브런치에 안도했으나 여전히 글이 발행되지 않는다.
이 글을 쓰는데 중 재난문자가 왔다.
아직도 일부는 사용할 수 없다는.
나는 슬며시 무서워져서 이 상황을 기록해본다.
그리고 다시 노트를 꺼내야 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한다. 기록을 이렇게만 하는 건 위험함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