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애는 축구만 잘해도 밥 먹고 산다고 했던 어디선가 들었던 이야기가 떠올라 혼자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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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전에 몇 년간 하던 수영을 못하게 된 참에
집 근처 강변 축구장에서 혼자 축구공을 가지고 놀고 있는데 축구클럽 아이들이 경기를 하고 있었고 감독님이 혼자 노는 아들을 경기에 참여시켜 줬는데 생각보다 즐거웠단다. 경기가 끝날 무렵 감독님이
너도 클럽에서 배워볼래?
라고 물었고 엄마에게 물어봐야 한다고 하자 엄마 연락처를 받아갔단다.
얼마 후 아들 말 데로 감독님의 전화를 받았고 아들과 함께 클럽에 방문했는데 학원이라 그런지 내가 생각하는 무섭고 군기바짝 든 운동선수 이미지의 감독님이 아닌 감독님, 축구수업 분위기, 그리고 멋진 유니폼까지
아들의 취미축구로 좋아 보여 바로 수락했다.
주 3회 월 12회 수업. 아들은 이미 6학년으로 1년간 취미로 배우고 중학생 될 때까지 라는 마음으로 등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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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이 되고 4월 초 어느 날 아들이 축구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중학생이 돼서도 축구를 그만두지 않았다.
오히려 함께 축구하던 친구와 같은 중학교를 배정받고 같은 반이 되어 축구에 대한 애정이 더 커져있었다.
더구나.. 월드컵이 있었다.
아들은 6학년 겨울 무렵 축구선수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처음 했다고 한다. 그리고 월드컵을 본 후 축구선수에 대한 꿈이 확신으로 굳어졌다고 한다. 초등학교 졸업식 때 한 명 한 명 자신의 꿈을 말하며 졸업장을 받는데 그때 나는 처음으로 축구선수가 꿈이라는 아들의 장래희망을 들었다. 그러나 지금 축구를 배우고 있어서 그렇게 적었구나..라고 대수롭게 여기지 않았는데 생각 외로 아들은 진심이었다.
축구선수는 어떻게 되는 건데? 축구 선수들은 다 유치부 때 시작해 아들. 이제 1년 배운 건데 이미 늦지 않았을까? 운동선수가 얼마나 어려운 건데? 이건 재능의 문제야. 취미로 할 때가 즐겁지, 선수는 무슨!
아들이 축구선수가 된다고 했을 때 나는 지극히 현실적으로 이야기했다. 그래서 안돼!!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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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꿈을 가지라고 가르친다.
꿈을 꾸고 하고 싶은 것을 하라고.
그럼에도 막상 꿈을 말하면 실현가능 여부에 초점을 맞춘 뒤 그 꿈을 가져도 되는지 가지면 안 되는지를 판단한다. 결국 꿈은 없어지고 직업이 남는다.
그럴 거면 도대체 왜들 꿈을 가지라는 걸까?
꿈꾸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가르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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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은 감독님과 함께 입단 테스트를 받으러 다니겠다고 했다. 엄마는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고 일단 해보겠다는 말과 함께.
나는 당시에 이제 축구에 재미를 느낀 고작 1년 남짓 배운 취미축구 만으로 받아주는 중학교는 없으리라는 확신으로 그러라고 쉽게 허락하고 받아주는 학교가 있으면 보내주겠다고 말했다.
이미 우리 지역 명문 축구부는 자리가 없었고(있어도 실력이 있어야 하지만) 인근 지역 축구부가 있는 학교 3곳에 입단 테스트를 했고 두 곳에서 전학 와도 된다는 답을 받아 의기양양하게 아들은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