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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초하 May 10. 2023

평화로운 주택살이

참외를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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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교차는 심하지만 봄이 끝나감을 느낀다.

주택에 다시 이사 온 후 이 계절이 나는 참 좋다.

따뜻한 어느 날, 데크청소를 하려고 물을 흠뻑 뿌리고

파라솔을 펴고 앉았다.

책을 보려고 폈지만 바람이 좋아서 그대로 눈을 감고

제비소리를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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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주택을 수리하고 이사를 들어오자 신기하게도 제비가 집을 지었다. 깡시골도 아니고 산도들도 없는 소도시의  평범한 주택가에 갑자기 제비가 나타나더니 내 집에 둥지를 틀었다. 지난 8년간 살 때는 한 번도 없던 일이다. 아파트로 이사 나갔다가 내부수리를 마치고 다시 이사 들어온 직후였다.  그리고 올해도 어김없이 제비들이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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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집어 들었다.

김영하의 <작별인사>

몇 장 남지 않은 책장이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다.

그때, 밖에서  소리가 들린다.

"성주꿀참외 사가세요. 달고 맛있는 꿀참외."

트럭의 둔한 엔진소리와 녹음기로 쉴 새 없이 외치는 꿀참외 파는 소리가 점점 가까워지더니 내 집 앞 골목 끝에 멈춰 서서 계속 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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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외를 샀다.

작고 예쁜 참외는 한소쿠리 5,000원이었다.

노랗고 귀여운 꿀참외를 두 소쿠리 사서 찬물에 담갔다.

아이들을 기다리며 괜히 흐뭇한 기분이 든다.

나는 참외를 샀고 물 청소된 데크에서 책을 읽는다.

제비소리도 들린다. 따뜻한 바람이 분다.

아이들이 곧 돌아온다. 초등학생 딸과 중학생 아들이.

엄마 더워,를 외치며 들어서면 노랗고 조그맣고 예쁜 참외를 깎아줘야지.

새삼스레 평화롭다, 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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