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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초하 Jul 11. 2023

총량제

인생이 총량제 이면 좋겠다.

시간제 강사를 하다 보니 총량제라는 말을 많이 듣게 된다.

매달매달 시간을 채워 급여를 받는 중이라..

규칙적이지 않은 삶은 매력적이지만 그만큼의 치밀한, 나름의 치밀한 계산이 필요하다.


내 인생이 총량제 라면 얼마나 좋을까.

나는 초년고생이 많았으니까 부모의 수명으로 내 기대수명을 계산해 봤을 때 남은 시간은 20여 년 남짓.

40 평생 30년을 고생했으니 남은 30년은 꽃길만 남았을 테니까..


나는 80년대생이면서 보릿고개를 겪어봤으며, 눈칫밥도 먹어봤고, 왕따도 당해봤고, 은따도 당해봤고

부모 없는 삶을 살아냈다. 멸시를 받아봤고 누군가의 기대도 받아봤으며 또 누군가의 미움도 받아봤다.

힘들게 산 가족들이 다들 그러하듯 가족들은 모두 자신의 고생을 위로받고 싶어 했지만 누구도 자신의 고생 외의 괴로움을 이해하지도 보듬어 주지도 않는 가족이 있지만 없는 그런 서글픈 인생을 30여 년간 꿋꿋이 버텨녔다.

취미도 특기도 재미도 없이 꾸역꾸역 살아냈고 대학원까지 공부를 마쳤고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는 못했지만 국민이자 시민이자 학부모이자 직장인으로 사십여 년을 잘 견뎌냈다.

그럼 이제 나는 조금 늘어져서 남은 내 생에는 즐거움만 기대해도 되지 않을까?


다행히도 그럭저럭 나를 있는 그대로 봐주는 배우자를 만났고 아이를 낳고 키우고 보호자 없는 삶에서 벗어나고 있는 지금에 나는 계속이대로만 살아가고 싶다.

누구도 먼저 보내지 않고 기다리지 않고 그리워하지 않고 살고 싶다.

경험이 만들어낸 불안을 떨쳐내고 남은 평온함을 누리는 삶이라고 누군가 정해 줬으면 좋겠다.


당신은 이미 많은 哀를 겪었다고, 哀는 이미 충분하니 남은 喜와樂을 즐기라고

그렇게 딱 정해 주면 너무 좋겠다.

총량제라는 말의 달콤함에 기대고 싶은 요즘.

그만 힘들고 싶다, 그만 불안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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