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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초하 Jan 28. 2024

아무것도 되지 않은 사람

난 괜찮아요.


무엇이 되었어야 될까?

가끔 나는 무엇이 되고 싶었던 것인지 궁금할 때가 있다.

어린 시절 무엇이 되고 싶냐는 물음에 나는 과연 무엇이 되고 싶다고 대답했던가?

무엇이 되고 싶냐는 물음 속, 보기에 없는 인간이 된 지금 나는 아무것도 되지 않은 사람인 걸까?



한때 나의 꿈은 자유로운 독거노인이었다.

꽤 어렵고 힘든 어린 시절을 보낸 나는 살아가는 것이 생존 그 자체였던 시절이 있었다.

짧다면 짧았고 길다면 길었던 몇 년여의 그 시간을 지나 겉으로는 생존이 아닌 생활을 찾았지만

그건 표면적일 뿐, 나는 여전히 꿈꾸지 않고 살아가는 학생이었다.

철없어도 될 시절에 철이 든 아이는 영원히 꿈꿀 권리를 잊고 만다.

그저 어떻게든 잘 살아내야 하는 숙제 같은 삶만 남는다.

이렇게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잘 자랐구나, 그 한마디를 모두에게 들려줘야 할 책임을 가진다.

대학은 졸업하고 대학원에 진학하면서도 여전히 나는 무엇이 되어야 하는지를 고민하며

좀 더 나이를 먹으면 혼자 사는 독거노인이 돼야 하는데, 그전까지는 과연 무엇이 되어야 하는 걸까?

하는 고민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 결혼을 했고 아이를 낳고 너무 평범한 여자의 삶을 살게 되며 독거노인에 대한 꿈은 잊혀 갔다.

아니,

어쩌면 주변의 눈치를 보느라 그 꿈마저 잃었는지도

모르겠다.



평범이 행복이고 평범이 외로움을 없애주진 않는다는 걸 나는 몰랐다.

늘 세상에서 제일 외로운 듯 살았던 어린아이는

울타리를 만들고 가정을 꾸리면 그런 외로움이 사라질 거라고 생각했다.

나 빼고 모든 사람이 행복하다고 생각했다.

다들 그렇게 행복하게 사는 것 같아.

나는 영원히 외롭고 다른 사람은 늘 행복한 것 같아.

평생 나는 그렇게 살 것 같다.

아무것도 되지 못하고 외롭게..

그렇지만 괜찮게..

그렇게.

나는. 괜찮아요.

그렇게.

그러니, 꿈꾸지 않고 무엇도 되려하지 않아도 돼.

인생은 그냥 그래.

내가 괜찮다고 주문을 걸면 그럭저럭 괜찮으니까.



안 괜찮으면 또 뭐 어쩔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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