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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바닥까지 떨어졌기에,
더 높이 올라갈 수 있었다.

불안, 공황장애를 딛고 변화하고 있는 작가의 이야기

by 김형우

24살의 대학생이었던 나는 남의 이야기라고 생각했던 정신질환을 앓기 시작했다.


치열한 경쟁으로 물든 사회에 뛰어들어 잘 해내야 한다는 현실은 내 머릿속을 비교와 후회, 불안으로 가득 채웠다. 이런 생각들은 미친 듯이 뛰는 심장, 잘 쉬어지지 않는 숨, 부정적인 생각으로 가득 찬 머리, 미칠 듯이 저린 온몸의 근육으로 변해 나를 극한의 고통으로 몰아넣었다. 고통 속에서 하루하루를 버티며 살아가던 나의 정신은 지칠 대로 지쳤고 어느 순간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을 진심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주변환경이라는 흐름 속에서 흐르는 대로 살아가던 내가 무방비 상태로 밑바닥에 떨어진 순간이었다.


밑바닥에 발이 닿았을 때 두 가지 선택지가 있었다. 그대로 고통스러운 밑바닥에 갇혀버릴지, 아니면 밑바닥을 딛고 더 높이 올라갈지. 이를 선택하는 과정은 정말 어려웠다. '당연히 밑바닥을 딛고 올라가야지'라고 생각하겠지만 처음으로 인생에서 가장 아래로 떨어진 상황에서는 그런 선택이 마음처럼 쉽지 않다. 극심한 고통의 엄청난 무게감은 뛰어오를 힘조차 전부 빼앗아 버리기 때문이다. 하루하루를 버티며 살아가는 게 고작일 정도로 말이다. 시간이 지나도 고통은 익숙해지지 않았고 앞으로 이 고통 속에 삶을 이어나갈 자신이 없었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들을 이해하는 것을 넘어 차라리 그런 결정을 하는 것이 나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내 인생의 가장 밑바닥에 다다른 것이다. 다시 말해, 두 가지 선택지에서 방향을 골라야 할 시간이 다가온 것이었다.


신기하게도 삶과 죽음이라는 선택의 기로에 다다르니 쉽게 결정할 수 있었다. 나는 살고 싶었다. 심지어 누구보다 행복하게 살고 싶었다. 그 덕분에, 온 힘을 다해 밑바닥을 딛고 더 높이 올라갈 수 있었다. 이전과 비슷한 높이로 올라간다면 다시 떨어질 것이 뻔하기 때문에 더욱 높이 올라가려고 발버둥 쳤다. 정말 온 힘을 다해 딛고 올라갔고, 그 시간은 결고 쉽거나 짧지 않았다. 그리고 아직 열심히 올라가는 과정인 지금, 지난 27년 동안의 나보다 훨씬 더 높이 올라왔다. 고작 6개월 만에 말이다. 처음 올라와 보는 높이에서 보는 세상은 이전에는 상상할 수 도 없었던 것들을 볼 수 있게 해 주었다. 또한 뜻밖의 많은 선물을 주었다. 그 선물은 나를 더 높이 올라갈 수 있게 도와주고 있다.


혹시 이 글을 끝까지 읽어준 당신이 밑바닥까지 떨어졌다는 생각이 든다면 절대 포기하지 않았으면 한다. 그 밑바닥에서 머무른다면 엄청난 고통이 당신을 뒤덮을 테지만, 온 힘을 다해 디딜 수 있는 발판으로 사용한다면 이전보다 훨씬 행복하고 가치 있는 삶을 살아갈 수 있게 해주는 기회로 다가갈 것이다. 그러니 온 힘을 다해 딛고 올라가 보았으면 한다. 물론 쉽지 않겠지만 자신을 믿고 인내한다면 당신도 무조건 이겨내고 더욱 높이 올라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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