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 한 통에도 작아지는 마음
출근보다 마음이 먼저 무너진다
아이가 열이 나면, 나는 출근길부터 무너진다.
병원 대기실에서 아이 얼굴을 쓰다듬으며 걱정하는 나와, ‘오늘 회사 일은 어떻게 하지…’를 떠올리는 나.
그 두 사람이 동시에 내 안에 있다.
‘엄마, 머리 아파…’
그 말 한마디에 하루가 무너진다.
당장 병원부터 가야 하는데, 일 걱정에 자꾸 되새기며 내 머릿속엔 "오늘 해야 할 일이랑 보고 어떡하지.." 복잡해지기 시작한다.
그 말 한마디에, 모든 게 흔들린다
회사에 전화를 걸며 숨을 고른다.
“죄송하지만… 아이가 아파서 오늘은 늦을 것 같아요.”
수화기 너머 말은 공감처럼 들리지만,
그 뒤에 숨어 있는 '또?'라는 기운은
나를 더 작아지게 만든다.
아이를 진료받게 하고, 약국에 들러 약을 타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
오늘 하루도 내 이름으로 살지 못했다는 자책감이 따라붙는다.
그리고 그런 나를 탓한다.
‘애가 아픈데 네 걱정부터 하냐’고.
괜찮은 척, 버티는 하루
나는 엄마이기 전에 한 사람이다.
회사에서의 책임, 경제적 현실, 계속된 육아의 무게 속에서 나는 매일 무너지지 않기 위해 애쓴다.
오늘도 아픈 아이를 두고 겨우겨우 일터에 나섰다.
업무 중간중간 아이 상태를 확인하며 마음이 조각난다.
머리는 회사에 있지만, 가슴은 늘 아이 곁에 있다.
퇴근 후 아이의 얼굴을 보면
열은 좀 내렸고, 웃음도 돌았지만
그 사이의 나는 이미 지쳐 있다.
오늘도 나를 달래며 잠든다
내 감정은 어디에도 풀리지 못한 채
오늘도 조용히 하루를 접는다.
누구보다 사랑하지만, 누구보다 두려운 존재.
아이의 아픔은 내 불안의 시작이고
내 불안은 다시 아이의 눈빛을 흔든다.
이렇게 악순환 같은 하루 속에서도
나는 또 ‘엄마는 괜찮아’라고 말한다.
아이에게, 회사에, 나 자신에게도.
하지만 진짜로 묻고 싶다.
정말 괜찮냐고.
정말 나는 오늘, 괜찮았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