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문제는 풀 수 있는데
남의 문제는 들을 수 있는데
사람들의 억울함을 듣는 일을 한다.
누군가 사연에 적절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서류를 챙기고, 도움받을 수 있는 길을 보조하는 직업이다.
나는 그런 일을 몇 년째 해왔다.
누군가가 "고맙습니다"라고 말해주면 마음이 따뜻해지고,
가끔은 나도 누군가에게 그렇게 말하고 싶어진다.
내 일은 늘 예외였다.
내 통장 잔고가 마이너스일 때,
누군가에게 빌린 돈이 몇 달째 쌓여갈 때,
내 아이가 아파도 마음 놓고 병원에 갈 수 없을 때,
나는 깨닫는다.
내가 안내하는 그 '지원제도'도
내 삶엔 늘 먼 이야기라는 걸.
도움받을 수 있는 사람들의 기준 안에
나는 애매하게 걸치고,
도움을 요청할 만한 사람도
하나둘 떠나버렸다.
말은 쉽고, 삶은 어렵다
사무실내에선 조용히 웃지만,
내 마음속은 늘 소란스럽다.
"제가 뭐라도 해드릴게요"라는 말은 입에 익숙한데,
정작 내겐 아무도 그런 말을 해주지 않는다.
퇴근 후 집으로 돌아가는 길,
냉장고를 열며 나는 대충 때워도
내 새끼들만큼은 먹고 싶은 것 해주고 싶은 것 챙기며
나는 생활비 계산기를 돌린다.
이게 매일 반복되는 삶이 되면,
희망이 아니라 습관처럼 버티게 된다.
그래도 다시, 사람 사이로 돌아간다
그럼에도 나는 다시 일터로 나간다.
누군가의 마음을 대신 듣고,
누군가의 문제를 대신 걱정해 준다.
내 일은 크고 멋진 결과를 내는 게 아니라
작은 위로를 건네는 일이다.
'당장 해결되진 않더라도, 함께 알아보겠다'는 말.
그 말을 건넬 수 있다는 것.
그게 내 하루를 다시 움직이게 만든다.
삶은 예외 투성이지만,
그 속에서도 나는 오늘을 버티고,
내일을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