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늘 미안한 사람이었다.

미안하다는 말이 습관이 돼버린 나.

by 서쪽창가

조용히, 자주 미안해진다

누군가에게 늘 미안했다.
아이에게, 직장 동료에게, 가족에게.
그리고 가장 많이는 나 자신에게.

어떤 말이나 행동을 할 때마다
조심스레 눈치를 보고,
속으로 ‘미안해’라는 말을 습관처럼 되뇌었다.

그게 내 마음을 더 조용하게 만들고 있었다.

현관 앞에서 자꾸만 멈춰 선다.

출근하려고 현관문을 나설 때
“엄마 꼭 가야 해?”라는 아이의 말에
나는 늘 걸음을 늦춘다.

하지만 결국,
닫힌 문 너머에서 한숨처럼
‘미안해’를 흘리게 된다.

일하고 돌아와도 피곤해서
아이에게 짜증을 낸 날이면
밤마다 마음속이 복잡해진다.

아이는 금세 잊고 잘 자지만
나는 쉽게 잠들지 못한다.

말을 아끼게 되는 자리

아이 돌봄 문제로
갑작스럽게 자리를 비워야 할 때면
“죄송해요”라는 말부터 꺼내게 된다.

내가 없으면 불편할까 봐,
내 상황이 반복되는 게 민폐가 될까 봐
작아지는 마음을 자주 느낀다.

사실, 나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걸 아는데
그 마음은 좀처럼 위로받지 못한다.

내 이름을 부르는 사람이 없다.

지치고 힘들어도
항상 괜찮은 척 먼저 한다.
그게 익숙해서
감정을 표현하는 법도 잊은 것 같다.

때때로 거울을 보면
그 안에는 ‘누군가의 엄마’, ‘누군가의 동료’만 있고
그냥 ‘나’는 없는 것 같다.

그런 생각이 들 때면
마음이 살짝 허물어진다.

조금 덜 미안해도 괜찮을까..

모든 사람에게 잘하려 하다
정작 나에게는 너무 무관심했던 것 같다.

조금은 덜 미안해도 괜찮지 않을까.
내가 애쓰고 있다는 걸
내가 알아주기만 해도 괜찮지 않을까.

미안하다는 말 대신
고맙다고, 수고했다고
스스로에게 말해주는 연습을 하고 있다.

조금씩, 아주 천천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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