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직 버티고 있어,
낮 동안은 어떻게든 버틴 일들이, 불이 꺼진 방 안에서 더 크게 자라난다.
해야 했던 말과 하지 못한 말, 끝낸 일과 끝내지 못한 일,
머릿속을 돌아다니는 그림자들이 맥박처럼 뛰며 나를 깨운다.
스르르 잠이 들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도,
몸은 베개 위에 누워 있고 마음은 여전히 하루를 정리하지 못한다.
괜찮다고, 내일 하면 된다고, 스스로를 달래 보지만
달래는 말 끝에 남는 건 고요가 아니라 빈자리다.
그 빈자리는 금세 걱정으로, 자책으로 채워진다.
잠이 오지 않는 밤이면 나는 자꾸 어제와 내일 사이를 헤맨다.
이미 지나간 것들을 붙들며 후회를 새로 쓰고,
아직 오지 않은 일들을 앞당겨 걱정한다.
그러다 보면 오늘이라는 얇은 다리는 금세 흔들린다.
나는 나를 다그치지 않으려고 애쓰다가도,
결국 “조금만 더 잘했더라면”이라는 문장 앞에서 멈춘다.
그런 생각이 길어질 때면,
같은 창을 바라보면서도 우리는 서로 다른 풍경을 보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믿고 싶은 마음과 흔들리는 마음이
조용히 스쳐 지나가며 오래 남는다.
하루라도 편하게 잠들 수 있다면.
그 하루에는 이런 것들을 해 보고 싶다.
오늘을 ‘여기까지’라고 마음속 선을 긋는 일.
휴대폰 화면을 뒤집어놓고, 창문을 아주 조금만 열어
밤공기가 이마에 닿도록 내버려 두는 일.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더 길게 내쉼으로
가슴 한가운데 쌓인 것들을 살짝 내려놓는 일.
못한 일들의 목록 대신 잘 견딘 순간들을 하나씩 떠올리며 “그래도 해냈어” 하고 작은 도장을 찍는 일.
그렇게 잠들 수 있다면,
나는 내일의 나를 조금 덜 몰아붙일 수 있을 것 같다.
타인의 속도에 나를 맞추지 않고,
내 마음의 보폭으로 한 걸음만 내딛어도 괜찮다고
조용히 허락해 줄 수 있을 것 같다.
실패가 아니라 쉼이었다고,
포기가 아니라 숨 고르기였다고
오늘의 나를 변호해 줄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안다.
편하게 잠든 밤이 오래 찾아오지 않을 때가 있다는 걸.
그럴 때의 나는 다시 주저앉고,
다시 일어나고, 또다시 주저앉는다.
그래도 이 기록을 남기는 이유는
잠들지 못한 밤에도 내가 끝내 살아 있었다는 증거를
어디엔가 남겨 두고 싶어서다.
불안이 파도처럼 몰려와도,
내 안 어딘가에서 아주 작은 불빛이 꺼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나는 믿고 싶다.
오늘도 나는 어둠과 함께 누워
작게, 아주 작게 나에게 말해 본다.
괜찮아, 여기까지 잘했어.
내일의 일은 내일의 내가 함께할 거야.
그러니 지금은 눈을 감아 보자.
하루라도 편하게 잠들고 싶다는 이 마음 하나로,
나는 아직 버티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