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바람, 남겨지는 향기

온기,

by 서쪽창가

멍하니 걷고 있는데 바람이 불어왔어.
오래된 기억 하나를 건드렸어.
그 바람엔 오래전 누군가의 웃음이 실려 있었어.
익숙했지만 조금은 멀게 느껴졌어.

그건 아마도 내가 잃어버린 시간들이었어.
그때의 마음, 그때의 나,
모두 다 사라진 줄 알았는데
향기만은 남아 있었어.

기억은 바람 같았어.
붙잡을 수 없고,
스쳐가지만 마음 어딘가엔
여전히 잔향처럼 남아 있었어.

가끔 그 냄새가 문득 스쳐왔어.
무너졌던 날에도, 웃었던 밤에도
그 향기는 내 곁을 떠나지 않았어.
아마도 그건 내가 완전히 잃지 못한 것들이었겠지.

그 바람이 다시 내게 말을 걸어왔어.
괜찮다고, 아직 너는 여기에 있다고 —
그렇게 말하는 것 같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