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중년.
내가 사용하던 나의 언어들이 나를 도망치고 있습니다.
나를 형성하고 나를 지켜오던 말들이었습니다.
나는 그 언어들 속에 존재하였습니다.
나를 규정하던 그 말들이 도망치는 순간
웅켜잡았던 모래알들이 손가락 사이를 헤집고 떨어지듯이
그 언어들이 나를 벗어나고 있습니다.
꿈은 허무함으로
이상은 좌절로
도전은 움츠림으로
사랑은 이별로
열정은 냉기로
두근거림이 침묵으로
뒤섞임이 물러섬으로
이제 나는 내가 아닌 내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44년 6개월의 여정이 그렇게 흐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