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이야기를 말해도 괜찮은가? 들을 준비가 되어 있는가?
연말 연시가 되면 조직 내에서 워크숍이 열린다.
(1) 아이스브레이킹 행사 - 분위기 띄우기, 도입
(2) 모둠 구성 - 모둠원과의 마음 열기
(3) 1년의 데이터 공유 - 조직의 상황 객관화
(4) 집중 토론 및 아이디어 발산
(5) 수렴 및 의사 결정
(6) 식사 및 음주, 가무, (추가) 깜짝 이벤트
보통 이 순서로 진행된다. 워크숍은 목적이 있는 행사이다. 단순한 송년회 신년회가 아니기에 이를 준비하는 사람들은 예상 외로 신경쓸 수밖에 없다. 모든 구성원의 호응을 이끌면서, 단순히 표면적으로 시간을 흘러가게 하지 않고 진짜 조직을 위한 이야기들이 나올 수 있는 아주 작은 틈이라도 만들어내야 하는데, 이게 보통 일은 아닌 것이다. 그래서 준비 내내 긴장할 수밖에 없다.
워크숍이 깊이 있는 광장이 되어, 단순히 시간을 보내는 공간이 되지 않으려면 행사 진행 속에 어떤 브릿지가 필요할까?
(1) 모둠 구성이 핵심이다.
- 만약 표면적이고 가볍게 워크숍의 분위기를 가지려면 관련성이 적은 사람들로 모둠을 형성하면 된다. 그러나 평소에 소통이 없었던 사람들이 깊이 있게 조직에 대해 말 할 수 없다. 소통의 안전지대가 쉽게 마련되기 힘들며, 이해되지 않는 간극은 서로의 입을 더 닫을 가능성이 농후하기에 그렇다. 만약 깊이있는 조직의 이야기를 던지려면, 모둠 구성은 서로 잘 아는 사람 둘 정도를 모둠 내에 넣어서, 그리고 사전에 그들에게 미션을 주어서 본질적 대화를 끌어 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는 모둠 리더에게 명확한 미션을 인지하도록 하고 대화를 이끌어가도록 하는 것도 좋다.
(2) 사람을 움직인다.
- 모둠 내 구성원이 전체적으로 한번 변화할 수 있는 시간도 필요하다. 월드카페가 대표적이다. 말로 하는 대화가 어색하다면 전지를 통해 다양한 의견을 쓰도록 한다. 단, 커다랗게 쓴다. 작은 종이에 쓴다면, 작은 이야기밖에 할 수 없다. 보다 크게 공론화 하려면 커다란 종이가 필요하다. 생각에 생각을 덧붙여 쓴다.
(3) 의도적 감정을 배치한다.
- 긍정, 부정, 약점, 기회 등의 SWOT가 괜히 있는 것은 아니다. 자유로운 대화가 좋을 때도 있지만 문제를 개선하고 앞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감정에 치우진 감성적 대화로는 힘들다. 조직의 워크숍이라면 말해야 할 것들의 감정을 위치지어줄 필요가 있다.
(4) 명확한 질문을 던진다.
- 물어보는 질문이 보다 정확하여야 한다. 그래야 각자 깊이 생각하고 대답한다. 감성을 건드리는 질문은 감성으로 끝나고 만다. 우리가 다 같이 말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대화 중에 나오도록 하지말고, 명확한 질문을 통해 단 하나라도 여기서 해결하고 간다는 생각을 갖게 하는 것은 유의미성을 높일 것이다.
(번외) 적고보니 피곤하다. 이렇게 치열할 필요가 있나?
- 행사가 끝나자 마자 사람들이 모두 썰물처럼 빠져나간다. 더 앉아서 대화하려 하지 않는다. 이 공간을 떠나 삼삼오오 또는 홀로 그들의 동굴속으로 숨어버리는 사람들. 그렇게 내려진 결론은, 모두가 퇴근시간 맞춰 떠나버린 공간에 덩그러니 남은 결론은, 과연 이 조직에 어떤 의미를 남기는가?
결국은 사람이다
갑자기 워크숍이 하기 싫어진다. 보기만 해도 부담스럽다. 나는 조직의 주체인가? 객체인가? 나는 조직과 함께하는가? 단지 근무 시간을 공유할 뿐인가? 어쩌면 근무 시간을 내 인생에서 가장 아까워하고 있는가? 주체라는 거창한 말을 뒤로, 행위자성이라도 극복하여야 한다.
결국은 사람이다. 결국 사람살이다. 이 모든 행위들은 우리가 살고자 하는 노력이다. 삶에는 정답은 없다. 워크숍은 누구를 향해 말하는 것인가? 들을 준비가 되어 있는 자는 누구인가? 듣지 않는다면 말할 필요가 없다. 짧은 시간이라도 낭비되는 시간은 안된다. 담백할지언정 숙의가 절실한 지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