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공식교사공동체의 감정자본

서론+설계원리+결과논의+시사점.

by 봉자필름

현대 학교 조직은 교사들이 물리적으로는 밀집된 교실 공간에서 근무하지만 심리적으로는 고립되어 있는(Hargreaves, A., 2001) ‘군중 속의 고독’같은 환경에 처해있다. 장원진(2020)은 교사는 과중한 일 속으로 내몰려 온종일 쉴 틈이 없고 무의미한 행동만 반복한다. 이 상황에서 누군가에게 위로받고 싶지만, 어디에도 기댈 곳이 없고 스스로 관계 맺기 위한 힘이 고갈된 상태로 학교 분위기를 설명하였다.


앤디 하그리브스(Hargreaves, A., 1998)는 교직을 단순한 인지적, 기술적 행위가 아닌 ‘정서적 실천(Emotional Practice)’으로 규정하며, 교사들이 겪는 감정의 역동이 교육의 질과 학교 개혁의 성과를 좌우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오늘날 학교 현장은 과도한 행정업무, 성과 중심의 평가체제, 경직된 관료적 문화로 인해 교사 간 소통이 단절되고 있다(조순희, 2024). 교사들은 자신의 솔직한 감정을 드러내지 못하고 서로를 적대적인 시선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하여 감정을 숨기고 예의를 가장하며, 교류를 피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가장된 동료성(Contrived Collegiality)’혹은 ‘가면쓰기(Masking)’ 전략을 통해 생존을 도모하고 있는 실정인 것이다(Hargreaves, A., 2001).


특히 사립학교의 폐쇄성 속에서 이는 더욱 강해진다. 오늘 내가 누군가에게 한 이야기가 3일 정도 후에는 학교 내 전체적으로 소문이 나 있는 상황을 목도할 때면 ‘믿을 사람 하나 없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고, 나의 이야기가 어떻게 왜곡되어 다른 이에게 전달될지 모르는 상황에 놓이는 것이다.


한번 이렇게 관계가 어그러지면 수습조차 쉽지 않다. 매일 보는 관계이므로 관계를 회복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을 것으로 보이지만 독립적인 교사 업무 특성상 더 마주치지 않으려 피하게 되는 상황이 많이 발생한다. 서로에 대한 불편함을 중재하거나 적극적으로 나서서 해결하고자 하는 제 3자가 있지 않는 한, 틀어진 관계는 오히려 퇴직 때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 사이에서 이를 더 심화시키고자 하는 누군가가 존재한다면 상황은 악화일로를 걷는다. 이에 직장에서는 업무로만 대하면 된다는 ‘가면쓰기’의 사고방식이 더 팽배해지고 그 관계는 더욱 소원할 수밖에 없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조직 내 감정적 자본형성이다.


감정은 사람들이 세계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며, 고통, 사랑, 증오, 희망, 두려움, 열정과 같은 다양한 감정을 우리의 시간과 장소 곳곳에 스며들어 복잡한 인간의 삶을 구성한다.(Kwan, 2007; 김민성, 2022 재인용) 이에 자신의 감정을 명확하게 인식하는 사람은 현재 경험하고 있는 자신의 감정에 대한 혼란이 적고, 문제를 발생시키는 감정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좀 더 명확하게 알 수 있으며(Salovey et al., 1995; 김희정, 2023 재인용), 자신의 감정을 정확하게 자각하고 파악할 때 그 적절한 반응을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도 자신의 감정을 더 잘 표현하게 된다(이은순, 1998; 김희정, 2023 재인용).


감정적 자본은 교사들이 관계적 신뢰, 공감, 소속감, 상호 배려를 통해 축적하는 정서적 에너지의 총합으로 정의된다(심미옥, 2017). 감정적 자본은 개인에게 고유한 기술, 지식, 관계에 비유되며, 애정, 공감, 인내와 같은 특성을 제공할 수 있다(Majid Ghyasi, Nurdan Gurbuz, 2023). 이는 단순히 기분 좋은 상태를 넘어 교사가 직무 소진을 견디고 교육적 난관을 헤쳐 나가며 자신의 철학을 세울 수 있는 교사 내적 자산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감정적 자본의 특징은 감정이 사적이고 개별적이기는 하지만 사회적 관계를 통해 경험되고 사회 규범 속에서 관리되며 사회적 구성을 통해 구성되고 있다(Nowotny, H., 1981; 조순희, 2024 재인용). 그렇기에 감정적 자본은 사회적, 역사적, 정치적 맥락과 관계되어 비롯될 수 있다(Majid Ghyasi, Nurdan Gurbuz, 2023).


감정적 자본은 학교 조직 내 정치적 갈등이나 과도한 업무 부담과 같은 거친 지형으로부터 교사를 보호하는 완충재 역할을 한다. 동료가 ‘내 편’이라는 인식은 교사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준다. 또한 이렇게 축적된 감정적 자본은 교사가 학교 운영에 대해 목소리를 내거나 부당한 처사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실천적 동력’으로 전환될 수 있는 에너지를 함축하고 있다. 즉 교사 간 형성된 감정적 지지가 개인적 위로에 그치지 않고 교사의 행위 주체성을 발휘하게 하는 기반이 된다(Hargreaves, A., 1998).


앤디하그리브스의 정서적 지리학을 이론틀로 감정적 자본을 형성 하기 위한 설계 원리는 다음과 같다.

▶ 물리적 지리학 단계

- 학교 공간 벗어나기, 학교 내 안전한 공간 형성하기

▶ 사회적 지리학 단계

- 문화 취향 공유하기

▶ 도덕적 • 전문적 지리학 단계

- 교육과정, 평가, 학생 생활지도, 진학상담, 업무 등에 대해 자연스럽게 논의

- 개인의 조직 내 고민 등에 대한 성찰, 공유

▶ 정치적 지리학 단계

- 학교 교육현장에 대한 자신의 견해 발언, 개선 방안 고민 논의


1. 관계의 질적 변화: ‘교사 사이’에서 ‘사람 사이’로

비공식 모임 이전의 관계는 ‘철저하게 업무 위주’였다면 감정적 자본이 형성된 교사 공동체 속 교사들은 동료를 ‘업무 협조자’로서만 인식하는 것을 넘어서 ‘대화가 통하는 사람’, ‘나의 이야기를 해도 되는 사람’, 그리고 더 나아가 ‘나를 지지해 줄 수 있는 사람’으로 재인식하게 된다. 이러한 인식의 전환은 학교 내에서 마주칠 때에도 눈빛과 태도를 변화시키며 이것이 서로에게 신뢰를 형성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2. 정서적 소진의 회복과 전이

비공식 교사공동체는 교사들의 정서적 소진을 회복시키는 역할을 한다. ‘숨구멍’이나 ‘울타리’로 표현된 이 공간에서 축적된 긍정적 에너지는 교실 현장으로 전이된다. 교사가 동료로부터 받은 정서적 지지가 학생에 대한 인내심과 포용력을 높이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즉 교사 간의 감정적 자본이 전문적 거리를 좁혀 학생 교육의 질적 성장으로 연결된다.


3. 느슨한 연대의 힘

비공식 교사공동체는 반드시 이루어져야만 하는 강력한 연대를 구축하지 않는다. 오히려 구속력이 없음으로써 ‘느슨한 연대’를 지향하고 있다. 모임은 참여를 강요하지 않고, 정해진 산출물이나 결과물을 요구하지 않으며,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서로의 이야기를 할 수 있게 한다. 느슨함은 오히려 서로에게 정서적 지지를 이끌어 내며 지속 가능한 연대를 가능하게 한다. 이는 하그리브스가 경계했던 ‘강요된’의 폐해를 극복하고 ‘자발성’에 기초한 진정한 공감의 감정 자본을 형성하는 것이라 말할 수 있다.


**결론 및 시사점**

비공식 교사공동체의 감정자본 형성은 물리적, 사회문화적, 도덕적, 전문적 거리를 확장하고 정치적 거리를 좁히는 ‘정서적 안전지대’로서 기능하며, 교사들에게 위로와 공감, 치유를 넘어 실천적 행동으로 나아갈 수 있는 주체성의 계기를 마련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에 연구자는 다음과 같은 비공식교사공동체의 정책적 제언을 하고자 한다.


첫째, 교육청과 학교 관리자는 교사들의 자발적 모임을 단순한 사적인 모임으로 치부하고 폄하하지 말아야 한다. 교사들의 정서적 안정과 회복 나아가 더 적극적인 학생 교육을 이끌어 낼 수 있는 감정적 자본 형성의 기제가 됨을 인정하여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교사들이 자유롭게 만나고 소통할 수 있는 제도적 및 물적 지원하는 유연한 정책이 도입되어야 할 것이다. 문화탐방 바우처, 지역사회 연계 프로그램 참여, 업무시간 및 공간의 제약 완화 등이 그 방법일 것이다.

둘째, 학교 내 정치적 지리학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특히 사립학교의 구조적 폐쇄성은 여전히 사립학교 교사들에게는 가장 큰 장애이다. 공립학교 수준의 투명한 인사 시스템과 공정한 업무 분장, 민주적인 의사결정이 이뤄질 수 있는 사립학교 관련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

셋째, 공식적인 공간에서 ‘가장된 동료성’, ‘가면 쓰기’를 벗을 수 있는 정서적 리더십이 가능한 학교 문화 형성을 위한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 리더십에 대한 기존의 인식을 변화시킬 수 있는 환경 구축부터 교사 간 형식적 멘토링이 아닌 실질적인 지지 기반의 멘토링 및 정서 교류가 활성화될 수 있는 관계 형성 연수 등을 기획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하여 교사를 경쟁 관계로 인식하도록 하는 교원성과평가 제도를 대대적으로 수정 보완할 필요 또한 절실하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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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숙영 (2017), “회복적 생활교육, 현장 적용 사례를 통한 확산 방안을 말하다”, 슈타이너사상연구소.

심미옥 (2017), “교육열 이해를 위한 어머니 감정자본 개념의 유용성과 한계”교육사회학연구 제27권 제3호, 99-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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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진 (2020), “교사의 소진 회복 경험”, 단국대학교 교육대학원 상담심리전공 석사학위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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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순희 (2024), “교사의 감정노동이 소진에 미치는 영향:긍정심리자본과 사회적지지의 이중매개효과 및 직무스트레스의 조절된 매개효과”,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박사학위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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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wotny, H.(1981). Women in public life in Austria. In C. F. Epstein(1981)(ed.). Access to power: Cross-international studies of women and elites. Boston: Allen & Unwin. 147-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