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두고 오던 날

어느 날 시 한 편.

by 봉자필름
북한산. 어느 가을 날.

나를 두고 오던 날

난 길을 잃었던 것 같아.

문을 열고

또각또각 걷는 걸음이

결국은 비틀거리다가

주저 앉게 되더라.


다시 일어나야 하는데

흐르는 눈물이 많이 무거워

중력을 거스르지 못하고

털퍽

바닥에 엉덩방아를 쿵.


나를 두고 오던 날

난 존재를 잃었던 것 같아

무엇을 해야 할지

어디부터 달라져야 할지

어느 시간을 살아야 할지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아

거실 창에 기대게 되더라.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내가 무엇을 하는 사람이었는지조차

기억이 나지 않아서

흐르는 구름에 이마를 콩.


나를 두고 오던 날

난,

나는

모든 것을

잃어버렸나봐.


기다리면 될까

다가가면 될까

시작해도 될까


희망이 절망이 되던

나를 두고 오던


만약

다시 마주할 날이 온다면

많이 보고

많이 웃고

많이 안아줘야지


예쁜 마음만 쓰고

예쁜 것만 보고

예쁜 생각만 할 거야.

언제나 그랬듯

밝게

따뜻하게

가볍게


나를 다시 찾아 가는 날.